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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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신부님의 강속구와 복사단의 불방망이

탄자니아 (3) 이창원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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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3) 이창원 신부(서울대교구)

▲ 복사단 아이들과 야구 게임 중 한 아이와 함께.



제가 있는 이곳 부기시본당에는 34명의 복사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성당에 모여서 복사단 회합을 하지요. 회합 시간에 함께 기도하고 복사 차례도 정하고 성당에서 봉사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를 정합니다. 회합이 끝나면 성당을 청소하거나 성당 주위의 화단을 정리하고 물을 주기도 합니다. 신기한 건 저는 단 한 번도 복사 아이들에게 뭘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습니다. 모두 복사 아이들이 스스로 그날 할 봉사를 정해서 기쁘게 하고 있지요.



놀잇거리가 없는 아이들에게 야구를

봉사활동이 끝나면 어김없이 사제관 밖에서 “호디~”(Hodi) 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호디’라는 말은 밖에 있는 사람이 집 안에 있는 사람을 부를 때 외치는 스와힐리어입니다. “누구 안에 있나요? 저기요~” 하는 말이지요. 복사 아이들이 봉사가 끝나면 공을 달라고 저를 부르는 소리랍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가난해서 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당에서 마련한 축구공을 건네주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신나게 축구를 하며 놀기 시작합니다. 축구를 하기 전에 먼저 실력이 비슷하게 팀을 짜고 포지션을 정하고 큰 돌을 세워서 축구 골대도 만듭니다.

여기 아이들은 축구를 참 잘합니다. 변변한 운동화나 축구화도 없고, 있는 신발마저 금방 닳고 떨어질까 봐 신발을 벗어 놓고 축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펄펄 뛰어다니며 지치지도 않고 축구를 합니다. 저는 조금만 뛰어도 금방 지치고 녹초가 되는데 말입니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대부분 축구를 좋아합니다. 생각해보니 축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군요. 다른 운동을 하고 싶어도 그 운동을 하려면 운동기구가 필요한데 축구는 공 하나만 있어도 어디에서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공이 없는 아이들은 천 조각이나 비닐 등을 끈으로 묶어 공을 만들어 축구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아이들과 야구를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거든요. 한국에 있을 때는 시간이 나면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경기장을 찾고는 했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한국에 계신 은인 분들에게 마침 연락이 왔습니다.

“신부님,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보내드릴게요.”

▲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있는 복사 아이들.



저는 염치불구하고 은인들에게 야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야구의 불모지인 아프리카에서 야구용품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마우신 은인들께서 야구 글러브와 배트와 공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복사 아이들을 불러 모아 캐치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끼워보는 글러브와 처음 잡아보는 공이 익숙하지 않은지 아이들은 공을 잘 던지지도 못하고 잘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처음 해보는 놀이가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열심히 공을 던지고 받기를 반복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야구 규칙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저도 처음 야구 규칙을 익히는 게 쉽지 않아 이해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렇게 복잡한 야구 규칙을 제 부족한 스와힐리어로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걸 몸으로 직접 보여주면서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공을 던지고 글러브로 받는지, 어떻게 배트를 잡고 휘둘러서 공을 맞히는지를 알려줬습니다. 조금씩 야구 규칙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으로 직접 뛰고 소리치면서 그렇게 야구의 규칙을 설명해 주고 나면 늘 목이 쉴 정도였습니다.

▲ 야구를 즐기고 있는 복사 아이들.




운동장이 생기는 그날까지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에게 진짜 야구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야구 경기를 보면 야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모아 한국 프로야구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난생처음 보는 야구 경기 영상에 흠뻑 빠졌습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지르며 야구 경기를 보았습니다. 야구 경기를 보고 난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저에게 소리쳤습니다.

“신부님! 우리 어서 야구 하러 가요!”

아이들은 영상에서 보았던 야구 그라운드를 흙 바닥에 직접 그리기 시작했고 더욱 열정적으로 야구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프로야구 영상에서 본 선수들이 된 것처럼 멋지게 공을 던지고 치기도 했지요. 이곳 아이들은 운동 신경이 굉장히 좋습니다. 한 번 가르쳐 주면 곧잘 따라 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다 보면 어느새 해가 넘어갑니다. 아이들에게 어두워졌으니 다음에 또 놀자고 얘기하면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글러브와 배트와 공들을 차곡차곡 모아 정리하고 숫자까지 세어서 저에게 돌려줍니다. 참 예쁜 아이들이죠?

처음에는 아이들이 복잡하고 낯선 ‘야구’에 흥미를 갖지 못할까 걱정도 했는데 이제는 자기들이 먼저 와서 축구공이 아닌 야구공을 달라고 하고 글러브와 배트를 찾는 걸 보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얼마나 야구를 열심히 하는지 공도 금방 망가지고 글러브도 자주 터져서 글러브를 수선하기에 바쁩니다.

작은 꿈이 있다면 아이들이 야구를 좀 더 안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게 잘 정비된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땅이 너무 거칠고 험해서 공도 금방 망가지고 가끔 아이들이 야구를 하다가 다치기도 하거든요. 주님께서 언젠가 저의 꿈을 이루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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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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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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