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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다른 사람 의견에 자꾸 흔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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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다른 사람 의견에 자꾸 흔들려요


가끔 헷갈리는 것이 있습니다. 제 자신의 신념이나 확신과 다른 사람의 비판이나 지적에 대한 열린 마음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생깁니다. 스스로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할 때 주로 그렇습니다. 자신의 주체성과 다른 사람에 대한 열린 자세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답변】내 행복은 나의 것, 건강한 나 자신 만들어 가세요


상담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주변 사람들과 인간관계는 잘 맺고 살되, 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개인의 행복을 어느 정도는 손해 보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행복만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자칫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상담에서는 자기 자신을 ‘참고 억압하면서 살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잘 지키라’는 것을 좀 더 강조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서양적인 심리상담 이론을 도입해 한국 사회에 적용하다 보니, 다소 개인주의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자기표현이나 자기주장’이 간혹 기존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적인 특성은 대체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행복보다는 ‘우리’라고 하는 집단주의적인 행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정체성이나 욕구, 특성, 역량보다는 개인이 소속되어있는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강조하게 됩니다. 또한 상호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동체 안에 속해 있는 개인들 간의 조화(harmony)를 이루는 것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관계를 과도하게 중시하고 타인의 기대치에 부합하도록 노력하다 보면 개인은 자칫 ‘자기(self)’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은 타인의 기대에만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 ‘건강한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는 한 가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에 입각한 구성주의 입장에서 보면, 지식은 ‘절대적,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의존적·상황적·관계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진리에 대한 다원주의적 입장을 표방하며 진리는 한 가지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관계 안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더라도 정답이 여러 개 존재한다고 생각해 본다면 사실 관계에서 갈등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우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어느 때보다 ‘타자의 욕망’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개인의 욕망이 아닌, 사회적 규범에서 만들어진 ‘좋은 학교, 좋은 아파트, 좋은 직장’ 등에 대한 욕망을 꿈꾸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모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타자를 의식해서 만들어진 욕망 속에서만 살아간다면 그것은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인지 타자가 나에게 바라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는 ‘나’ 자신이 존재하는 삶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개인은 적극적으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획일적인 사고만 한다면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개인의 독특성은 사라져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타자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 소외시킨 진정한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욕망하던 것들을 하나라도 충실하게 채워 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 또 한해가 시작됐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진정한 주체자로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올해는 여러분에게 진정한 주체자로 살아가는 원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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