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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18) 짜장면과 인내

며칠 전에 수도원 공동방에서 형제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던 중 군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느 형제가 자신의 군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가만히 듣기만 했습니다.

"제가 병장 계급을 달았을 무렵, 이등병 두 명이 우리 소대로 왔어요. 군기가 잔뜩 들어서. 아마 그때가 가을인가 그랬고 우리 부대에서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 놓고 대민 지원을 자주 나갈 때였어요. 부대에 남은 병력들은 경계 근무자를 빼고는 월동 준비를 하느라 한창 바빴고요. 그날은 우리 소대 내무반에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 두 명과 나는 내무반 대청소를 했었죠. 그런데 대청소가 빨리 끝났던가, 암튼 저녁 먹기 전 나는 새로 전입 온 이등병들에게 특식을 시켜 줄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명 '개구멍'을 통해 부대 근처 중국집에서 탕수육 한 개와 짜장면 두 개를 시켰어요."

이 말을 듣고 있던 형제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중국집, 우와, 우리 때는 라면이 최고였는데, 중국집이라. 게다가 탕수육과 짜장면을? 그것도 부대로? 세상에…. 군대 정말 좋아졌네."

그러자 형제는 조용히 자기 말 좀 들으라며 팔을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조용히 좀 해 봐요. 암튼 탕수육과 짜장면, 그리고 서비스로 군만두 하나가 몰래 들어왔어요. 곧바로 텅 빈 내무반에서 이등병 둘을 불러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으라고 상을 차렸죠. 그리고 맛있게 먹으라고 말하자 이등병 두 명은 내무반 천정이 무너질 정도로 '잘 먹겠습니다' 하고 소리는 질렀어요. 그런데 한 명의 표정은 시큰둥한 얼굴인 거예요. 그래서 내가 그 이등병에게, '○○○ 이병, 짜장면 안 좋아해?' 하고 물었더니, '아닙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짜장면을 너무나 좋아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짜장면을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표정은 영 아니었지요.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다시 물었죠. '그런데 얼굴 표정이 왜 그러느냐?' 그러자 그 이등병은 '아닙니다.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등병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어, 이 녀석들 봐라. 고참이 특식 중에 최고의 특식을 시켜 주었는데, 음…. 기합이나 줄까!' 하지만 이등병 둘은 특식이 맛있었는지 군기가 든 모습으로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는데, 글쎄 플라스틱 그릇까지 깨끗이 씹어 먹을 정도의 식욕으로 먹더라고요. 그래서 그날은 참았죠. 그 후 이등병 둘이 일병을 달았고, 처음으로 휴가를 갈 때였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도 그들과 휴가를 같이 가게 된 거예요. 우리는 대대장에게 휴가 신고를 하고, 부대를 나와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해 가는데, 짜장면 먹을 때 시큰둥했던 그 녀석이 서울에 도착할 즈음 내게 말하기를, 시간이 괜찮으면 자기 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가라는 거예요. 나야 뭐 시간도 많고 그래서 알았다고 한 후, 그 녀석을 따라서 집에 갔는데요. 아뿔싸! 그 후임병 집이 중국집인 거예요. 그 순간 특식으로 짜장면을 사줄 때 그 녀석의 무덤덤한 표정과 태어날 때부터 짜장면을 좋아했다는 그 말의 뜻이 뭔지를 알게 되었어요. 암튼 그날 내가 원하는 '너무 좋아 활짝 웃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두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기합을 줬으면…. 아마 제대할 때까지 부끄러워 죽을 뻔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하하하."

나는 특식 앞에서도 활짝 웃는 얼굴을 하지 않은 후임병들을 인내심을 갖고 대한 형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했다고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짜장면을 100번 이상 사준 후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보다, 단 한 번이라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누군가를 대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네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8.01.0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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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부르시어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3-19 그때에 13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14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15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16 이렇게 예수님께서 열둘을 세우셨는데, 그들은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시몬, 17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보아네르게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18 그리고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대오, 열혈당원 시몬, 19 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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