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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음화 현장을 찾아서] 공군사관학교 성무대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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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 위병소를 지나 퇴역한 공군 전투기 전시장을 거쳐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좀처럼 보기 드문 독특한 구조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옆으로 길쭉한 직사각형 건물 양 끝에 똑같은 모양의 삼각형이 얹어진 듯한 구조의 건물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왼쪽 삼각형 쪽에는 ‘천주교회’, 오른쪽 삼각형 쪽에는 ‘성무교회’라고 적혀 있다.

천주교회가 바로 공군사관학교 사목을 담당하는 군종교구 성무대본당(주임 이종엽 신부)이다. 천주교 성당과 개신교 예배당을 한 건물에 정확히 대칭을 이루도록 설계한 것이 흥미롭다. 성무대본당과 성무교회가 한 건물을 반씩 갈라 사용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지만 공존의 묘미도 있다.

대한민국 하늘을 지키기 위해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꿈을 키우는 공사 생도들을 신앙 안에서 웃고 눈물 짓게 하는 성무대본당은 천주교 신자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과 공군 장교들에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공사에는 1~4학년까지 학년별로 160~190명의 생도들이 절도와 규율, 명예를 지키며 수학하고 있고 이들 생도들을 가르치는 교관·교수들, 공사에서 군복무하는 병사들도 공사의 주요 구성원들이다. 성무대본당의 사목 초점은 생도들에게 맞춰져 있다.

생도들이 가입교 기간을 거쳐 입학하게 되면 2~4월에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중 1개 종교를 자율적으로 택해 종교활동을 한다. 각 종단별로 생도들을 찾아가 선교활동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한 번 성당에 찾아온 생도들에게 호감을 심어주고 그 생도가 다른 생도를 자발적으로 데려오면서 생도 스스로에 의한 선교가 이뤄진다. 1학년 신입 생도들을 대상으로는 주임 이종엽 신부가 주일 오전에 군종교구 발간 「군인교리서」를 교재로 예비신자 교리를 맡는다. 교리 기간은 2개월이다. 신입 생도 중 이 신부에게 예비신자 교리를 받지 못했지만 세례 받기 원하는 생도나 2~4학년 생도들은 본당 수녀가 수요일에 교리반을 만들어 세례를 주고 있다.

생도 미사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봉헌하고 미사를 마친 생도들은 오후 8시30분까지는 생도대로 돌아가야 해서 미사 외에 다른 종교활동에는 제약이 따르는 편이다. 생도 미사 참례인원은 50명 내외다. 이종엽 신부는 자신의 선교 방침에 대해 “성당에 1~2명 더 오게 하려고 지킬 것을 안 지켜 천주교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 목표라면 ‘신부님 강론이 그렇게 좋다는데 성당 가서 듣고 싶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도 미사에 나오는 생도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편히 쉬고 싶은 유혹을 끊고 미사에 나왔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라고 밝혔다.

이 신부는 성무대본당의 자랑으로 ‘졸업미사’를 꼽았다. 졸업미사에는 군종교구 공군 본당 모든 사제단이 성무대본당을 찾아 교구장 유수일 주교와 미사를 공동집전 한다. 졸업생도는 임관 후 어느 공군 부대에 가도 졸업미사에서 인사를 나눴던 공군 소속 신부와 조우하게 된다.

이 신부가 올해 세운 목표가 하나 있다. 지난해 4주간의 하계 군사훈련 기간 중 주말 1박2일 하계 수련회를 1주만 열었지만 올해는 4주간 매주 여는 것이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 생도들이 성당에서 보내는 1박2일 동안 심신의 위로를 받는 모습을 뚜렷이 확인해서다.

이 신부는 “공사를 나온 생도 신자들은 공군 사제단을 진심에서 존경하고 영적 아버지이자 형으로 여기는 마음이 각별하다”고 말했다.


■ 성무대본당 주임 이종엽 신부

“강도 높은 훈련에 지친 생도들이 신앙의 참맛 느끼도록 돕습니다”
구성원 대부분 젊은 생도들 규모 작아도 활기 넘치는 곳


이종엽 신부(군종교구 공군사관학교 성무대본당 주임·소령)는 “2017년 7월 많은 공군 본당 가운데 성무대본당으로 가라는 인사발령을 받았을 때는 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성무대본당은 주로 공사 생도들을 사목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20년 나이 차이에 따른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생도들과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이 신부는 걱정을 안고 막상 자신의 7번째 공군 본당인 성무대본당에 부임해 오니 “더 걱정이 됐다”며 “생도들을 빼고 직업 군인 신자는 3~4 가정밖에는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사에서 교수로 일하는 신자들, 그 아내들로 구성된 성모회가 본당 가족 전부였다. 본당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일미사 후 신자 병사들, 군인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차리는 역할에 이 신부와 본당 수녀, 군종병도 나서야 했다. 민간 본당 같으면 주임신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신자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직접 조리하고 차리고 식사 후에는 설거지까지 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이 신부는 “성무대본당에 직업군인 신자가 예전에 비해 줄어들어 3~4가정 뿐이지만 특히 성모회 자매님들은 주일미사는 물론이고 수요일 생도 미사, 평일미사에 열심히 참례하면서 본당에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 신부가 성무대본당에 부임하며 가졌던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본당에 부임하자마자 공사 생도들의 4주 하계 군사훈련 기간이 시작됐고 강도 높은 훈련에 지친 생도들을 대상으로 주말을 이용한 1박2일 하계 수련회를 열었다. 의외로 생도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 신부는 “훈련에 지친 생도들에게 삼겹살을 구워 주고 함께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면서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생도들이 신앙의 참맛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든 때일수록 신앙의 위로는 생도들의 가슴에 크게 남겨진다는 뜻이다.

이 신부는 “성무대본당은 현재는 작은 공동체가 됐지만 젊은 생도들로 인해 활기가 넘치는 곳”이라고 말했다.


■ 공군사관학교 성무대본당은

군종교구 공군사관학교 성무대본당은 1957년 10월 25일 설립돼 지난해 60주년을 맞이했다.

성무대본당 역사는 곧 공사의 역사라고 할 만큼 공사가 있는 곳에는 성무대본당이 있었다. 1957년 본당 초대 주임으로 강대형 신부가 부임했지만 성당 건물이 없어 부대 시설을 이용해 미사를 봉헌했다.

제4대 주임 전달출 신부 재임 중이던 1964년 7월 미 공군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공사 안에 260여 석 규모의 ‘공군사관학교 교회’를 준공해 천주교와 개신교가 공동으로 사용했다. 1971년 6월에 부임한 제7대 주임 박순재 신부는 1972년 3월 ‘다윗의 탑’ 쁘레시디움을 창단했고 ‘다윗의 탑’은 1980년까지 8년 동안 서울 대방동본당 여성 쁘레시디움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공사가 1985년 12월 캠퍼스를 서울에서 청주로 옮기자 새 성당 건축이 추진됐다. 제14대 주임 김홍진 신부는 1985년 8월 부임해 성당 신축에 착수하고 1986년 3월 수용인원 450여 명의 성무대성당을 당시 군종신부단 총재 경갑룡 주교 주례로 봉헌했다.

제16대 주임 이영배 신부는 1987년 8월 부임해 성무대본당의 사목을 이전 어느 때보다 활성화시켰다. 특히 생도 선교에 힘을 쏟아 생도 신자 수가 300명을 넘어섰다.

사관학교 최초로 여자생도 20명이 입교한 1997년 7월 제20대 주임으로 부임한 조정래 신부는 생도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선택주말’을 도입하고 김수환 추기경 특강을 열기도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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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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