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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톺아보기 (중)

성덕의 첫걸음은 이웃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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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가난한 이들을 무료 진료하는 의료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교황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곧 성덕”이라고 말한다. 【CNS 자료사진】



솔제니친의 소설 「마뜨료나의 집」은 시골에 사는 가난한 노파 이야기다. 마뜨료나는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쁜 사람들 속에서 ‘바보’처럼 살아간다.

동네 사람들은 감자를 캐든 밭을 갈든 으레 마뜨료나를 불러 부려 먹는다. 마뜨료나는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가서 일을 거든다. 가난하지만 어떻게든 이웃과 가진 것을 나누려고 애쓴다. 연금 신청 서류에 마침표 하나, 쉼표 하나를 잘못 찍어 거의 두 달 동안 관공서를 뺑뺑 돌지만, 푸념할지언정 관리들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결국 한밤중에 열차에 치여 죽는데, 그것도 집을 짓겠다고 자기 집 2층 목재를 뜯어가는 친척을 도와주다 당한 변이다.

솔제니친은 그녀의 진실함과 선행, 인내심을 통틀어 “마뜨료나는 이 집에 사는 고양이보다 죄를 덜 지었을 것이다. 고양이는 쥐라도 죽였느니 말이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말로 소설을 맺는다. “그런 진실한 사람이 없으면 어떤 도시도 바로 설 수 없다. 비단 도시뿐이겠는가. 온 세상이 바로 설 수 없으리라.”



‘옆집’의 성인들

마뜨료나 할머니야말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 나오는 ‘옆집에 사는 성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덕 혹은 거룩함은 일상 삶에서 작은 몸짓들로 서서히 자라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예를 들어 남을 흉보는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에서 ‘아니야. 난 그 누구에 대해서도 나쁘게 말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거나, 피곤한데도 자녀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거리에서 만난 불쌍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게 모두 성덕으로 나가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16항 참조)

교황은 평범한 하느님 백성 안에서 성덕을 발견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2013년 즉위 직후 인터뷰에서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던 자신의 할머니 로사의 삶을 회상하며 “그녀는 매우 고통받았던 한 명의 성녀였다. 항상 용기를 가지고 윤리적으로 앞으로 나아갔다”고 말한 바 있다. 성덕은 누구나 작은 몸짓들로 다다를 수 있는 일상적인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할머니 삶까지 언급한 것이다.

교황은 “하느님 뜻은 바로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1테살 4,3)이라는 말씀을 인용해, 모든 이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하나의 사명이자 아버지의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삶의 매 순간에, 또 해야 하는 모든 선택의 순간에 예수님께서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령께 여쭤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라고 재촉한다.



열쇠는 ‘참행복 선언’

교황은 성덕에 이르는 바른길을 예수 그리스도의 참행복 선언(마태 5,3-12)에서 찾았다. 이 행복 선언은 “그리스도인에게 신분증과 같다”며 그리스도가 하신 말씀을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정도라고 말한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로 시작되는 산상 설교에서 ‘행복한’은 ‘거룩한’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참행복 선언에 대한 관상이 이 권고의 핵심이다.

교황은 “부자들은 자신의 재물에 안심하고, 그것을 잃을 위험에 놓이면 삶의 의미가 무너진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의 마음에는 하느님 말씀과 형제자매에 대한 사랑을 담을 자리가 없다(68항)고 말한다. 또 “최신 과학기술 수단의 지속적 혁신, 여행의 매력, 수많은 소비재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만한 공간을 남겨 두지 않는다”며 거룩해지고 싶거든 가난한 마음부터 지니라고 당부한다.

온유함은 허영과 불관용, 분노가 들끓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덕목일지 모른다. 아기 예수의 데레사는 “완전한 사랑은 남의 허물을 참아주고, 남의 과오에 분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유한 사람은 거의 매번 손해를 보는 게 현실이다. 교황은 이런 모순적 현실에 대해 “(그럼에도) 온유한 편이 낫다”며 우리가 온유한 마음으로 살아갈 힘을 북돋기 위해 이사야서 한 구절을 상기시킨다.

“내가 굽어보는 사람은 가련한 이와 넋이 꺾인 이, 내 말을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다.”(이사 66,2)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덕 선언’(67-94항)



마음이 가난한 것이 곧 성덕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게 응대하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것이 곧 성덕입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사랑을 더럽히는 온갖 것들에서 마음으로 지키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우리 주변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우리에게 어려움을 안겨 줄지라도 날마다 복음의 길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성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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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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