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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52) 폭염과 에어컨


세상에! 날씨가 더워도,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2018년의 여름은 끔찍합니다. 수도원 방 온도가 기본이 35도를 웃돌고, 선풍기를 틀면 더운 바람이 불기에 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느껴지는 에어컨 바람은 기분마저 좋게 만들어 줍니다. 누군가, '여름이 여름다워야, 좋은 가을이 온다'고 말하지만, 이런 여름은 정말 사양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동창 신부님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날 모임은 젊은 신자 부부가 하는 피자집에서 가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불판에 뭔가를 구워 먹는 곳으로 갔을 터인데, 숯불이나 가스불을 쳐다보는 것 자체가 생각만 해도, 더워서…! 그날 모임에 나온 신부님들의 대화 주제도 '폭염이 언제 끝날 것인가'와 환경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갈 무렵, 식당 사장이 우리 식탁으로 인사를 왔습니다. 원래 잘생긴 얼굴인데, 그날은 꾀죄죄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왜 망가졌느냐 물었더니,

"신부님, 지금 저희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잠깐 사는 곳인데요, 내년 초에는 앞으로 살게 될 집으로 들어가요. 그래서 올봄에 지금 집에 에어컨을 달까 고민하다 그냥 안 달았더니 이렇게 폭염이 올 줄이야. 그래서 집에서는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가게에서 자는 바람에…."

다들 이 폭염을 이기려고 수많은 방법을 동원하나 봅니다. 이때 다른 신부님이 묻기를,

"그럼 아내랑 아기는?" "친정집에 가 있어요."

"와, 폭염이 가족마저 갈라놓고 있네!"

그러자 피자집 사장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어제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하고 이야기를 좀 했는데, 에어컨 이야기가 나왔어요. 자기 집에는 거실에만 에어컨이 있는데, 요즘은 밤새 그 에어컨을 틀어 놓는답니다. 그러면 가족들이 거실로 나와 각자 자리를 잡은 후 잠을 잔대요. 가족이 함께 잔 경우가 처음이래요. 아기에 기억은 모르겠고, 커서 부모님이랑 같이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대요. 그런데 거실에서 부모님이랑 자다 보니 예전에 몰랐던 것을 볼 수 있었대요. '아, 우리 아빠가 저렇게 코를 고는구나. 우리 엄마 잠꼬대는 좀 심하게 하는구나. 우리 아빠는 잘 때 두 다리를 쫙 벌리고 자는구나. 우리 엄마는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자는구나' 그러면서 아빠와 엄마가 어떻게 잠을 자는지를 처음 알게 되었대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목이 메이더래요. 자신의 아빠는 지금까지 전혀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던 분이었는데, 또한 자신의 엄마는 살림살이에 대단한 애착을 대단한 분이었는데, 잘 때면 피곤에 쩔어 주무시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대요. 폭염과 에어컨 때문에 처음으로 부모님의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이 자신들을 키우려고 고생한 몸짓을 보면서, 그저 짠하더래요."

그 말을 듣는데, 거기 있던 동창 신부님들 모두가 다 '짠' 하는 얼굴이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과 전기세 걱정뿐인 요즘! 그런데 에어컨 때문에 오히려 가족을 더 사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날 나는 모임을 마치고 수도원에 돌아왔는데, 방 안 온도가 너무나 높아! '아, 오늘 밤 잠은 어떻게 자나!' 혼자 고민하다가! 문득 수도원에 유일하게 에어컨이 설치된 곳이 생각났습니다. '공동방!'

그래서 '이번 한 번만, 몰래 에어컨을 틀고 잠을 자야지.' 베개 하나만 들고 조심스레 공동방에 들어갔더니, 공동방 안에서는 이미 세 명의 형제가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나도 잠든 형제들 사이, 빈 공간을 찾아 누워 조용히 잠을 청해 보았습니다. 그날, 유난히 시원한 공동방 안에서 마음으로는 따스하게 잠을 잤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8.09.1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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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말씀
<빵을 떼실 때에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오늘의 성인
 그레고리오(Gregory)
 네온(Neon)
 데오다토(Deodatus)
성녀  도다(Doda)
 레온시오(Leontius)
 론지노(Longinus)
성녀  마리아 에우프라시아 펠레티에(Mary Euphrasia Pelletier)
 멜리토(Mellitus)
 베네딕토 멘니(Benedict Menni)
성녀  보바(Bova)
 빌리암 피르마토(William Firmatus)
 사바(Sabas)
 알렉산데르(Alexander)
 에그베르토(Egbert)
 에우세비오(Eusebius)
 이보(Ivo)
복녀  코로나(Corona)
복자  프란치스코 콜메나리오(Francis Colmenario)
 피델리스(Fidelis)
 호노리오(Hono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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