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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77) 그 한 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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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에 어머니의 중풍을 치료한 원장님의 말에 푹 빠진 나는 물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니! 또 무슨 일인가요?”

“완치 판명을 받고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돌아오는 날, 또다시 침술을 놓아 드리는데 어머니가 그러시는 거예요. ‘막둥아, 내 부탁이 하나 있는데, 내가 아는 어느 할매 한 분이 무릎인가, 다리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가서 치료 좀 해 주면 안 될까!’ 그래서 나는 어머니랑 같이 그분 댁에 갔더니, 돌보는 가족이 아무도 없는 듯 방안은 썰렁했고 너무나도 작은방에서 그분이 일어서지도 못한 채 누워계신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가 치료된 기쁨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그날부터 그분에게 침술을 해 드렸어요. 그렇게 며칠을 매일같이 치료를 해 드렸더니, 그분도 낫는 거예요. 그분이 처음 다시 걸으시던 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그러면서 그분이 내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사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서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말씀드린 후 나오는데, 그분이 ‘평생 이 은혜를 주님께, 성모님께 기도하며 갚겠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 날, 처음으로 ‘기도’라는 말을 들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예요. ‘누군가 나를 위해 평생 기도를!’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에게 물었죠. ‘저 분, 어떻게 아는 사이냐!’ 그랬더니 어머니 말씀이, ‘동네 친구인데, 예전에 너 때문에 속상한 이야기를 했더니 나를 데리고 동네 성당에 가서 기도하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성당을 좀 다니다가 영세도 했고. 지금은 성당 친구란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성당 다니시냐’고 물었더니, ‘다니기는 하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그래서 그 후에 나도 어머니 따라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놀라운 사실이라뇨?”

“예. 제가 신앙을 갖기 전에는 모든 것이 불평, 불만 그 자체였어요. 그런데 신앙을 가지고, 주님께 의탁하며 기도하는 생활을 했더니, 모든 것이 감사 그 자체가 되더군요. 그리고 깨달았죠. 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사욕에서 시작되었다고. 사욕이 나를 죽음의 길로 이끌었던 사실을. 그러다가 어머니의 친구분 기도가 지금의 나로 바꾸어 준 것 같아요.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날, 어머니가 친구분 좀 도와 달라고 그랬을 때 만약 내가 거절했다면 지금까지도 절망 속에 불평불만만 하고 살았을 텐데….”

“그분의 기도가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던가요?”

“그분은 정말 가난한 분이셨어요. 그러나 삶은 무척 고귀한 분이셨나 봐요. 그 당시 그분이 아파서, 며칠 안 보이자 주변 신자 분들이 걱정을 했나 봐요. 그러다가 다시 그분이 나타났는데, 예전보다 얼굴도 좋아지고, 너무나도 잘 걷게 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나 봐요. 그리고는 어디서 치료를 받았냐고 물었대요. 그래서 먼저 그분의 친구분들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런 다음 그 친구의 친구, 또 그 친구의 친구분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공부하면서 진 빚, 암 수술하면서 진 빚도 다 갚고, 그 후 병원도 내고. 그래요, 정말이지 그 당시에 내 절망 속에서만 갇혀 살았다면…. 하지만 가난한 그 한 분, 그분에게 그저 정성을 다해 치료의 도움을 드렸던 것뿐인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으니…. 그 한 분, 우리 인생에서 누군가 한 분을 진심을 다 해 만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날 나는 원장님께 육체를 치료받으러 갔다가, 마음까지 치료받고 돌아왔습니다. 특히 원장님 이야기를 진심으로 기울여 들었더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건강하게 바뀐듯합니다. 진심으로 우리 마음을 겸손하게 만들고, 늘 타인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우리 또한 일상에서 ‘그 한 분’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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