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과거에 서구교회가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서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가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와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하고 격려를 해야 합니다.”

아일랜드교회 아동보호위원회 최고 책임자 테레사 데블린(Teresa Devlin)씨는 5월 13~15일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가 주최한 ‘한국 가톨릭교회 안에서의 미성년자 보호 지침 강연’에 초빙돼 방한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데블린씨는 “한국교회의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목분야의 활동을 정말 열심히 수행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 열성적인 사목 활동 안에 아동보호를 위한 노력이 제외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모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해자는 굉장히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동성폭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동보호체계를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1980년대 아일랜드교회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다. 정부의 성폭행실태조사를 통해 교회 내 아동성폭행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신자인 아일랜드에는 교구나 수도회가 운영하는 수많은 학교, 기숙사, 고아원 등 아동들이 이용하는 시설들이 있었다.

“아일랜드의 경우 주교들, 수도회 장상들이 모두 하나가 돼 아동보호체계를 만들었습니다. 한국교회에서도 아동보호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교들과 수도회 장상들이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블린씨는 아일랜드교회가 극적인 변화를 이룬 계기가 “주교와 장상, 거기에 평신도가 함께하면서”라고 설명했다. 데블린씨는 ‘리더’들의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아일랜드의 아동보호교육도 먼저 주교, 장상, 평신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일랜드교회는 1996년 아동보호정책을 발표했지만, 시행으로 옮겨지지 못하고 문서에 그치고 말았다.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주교들과 장상들이 뜻을 모아 2006년 아동보호위원회를 설립하면서다. 위원회를 통해 정책시행과 모니터링이 이뤄졌고, 2016년에는 모든 주교와 장상이 서명한 ‘아동보호 정책과 기준’이 발표돼 더욱 체계적으로 아동보호체계가 시행되고 있다.

데블린씨는 “아일랜드교회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아일랜드교회 내 성당과 기관들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아동, 여성, 신학생에 대한 성학대는 마치 암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를 교회가 다루지 않는다면 암처럼 점점 더 커져서 결국에는 교회를 파괴할 것입니다. 교황님도 아동성폭력에는 관용이 없다고 엄중히 경고하십니다. 한국교회도 아동보호체계를 만들고 시행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