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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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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격동의 30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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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당 사목을 맡아서 하던 때였습니다. 전날 밤에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기에, 잠들기 전 나는 ‘성당에는 별 이상이 없어야 할 텐데!’ 하며 걱정하다가 잠을 설쳤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6시 미사에 들어가기 전 5시에 일어나 가볍게 씻은 후, 성당 주변을 돌아볼 겸 평소보다 사제관을 일찍 나섰습니다. 여름이라 주변은 환했고, 비는 완전히 멎어서 우산 없이 이리저리 성당 주변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당 처마 끝부분에 텐트가 하나 쳐져 있고, 그 옆에는 간이 의자도 놓여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혹시…’ 하며 생각이 스쳤습니다.

지난달에 노숙자분들이 성당 주변을 맴돌았고, 그분들이 있던 자리에는 술병이 있었습니다. 텐트와 ‘노숙자’라는 단어가 연결되면서,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노숙자 한 분이 성당 안으로 들어와 새벽에 성당 청소를 담당하시는 자매님께 행패를 부려 경찰이 출동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출동한 경찰분들은 우리에게 ‘노숙자분들이 오셔서 행패를 부릴 것 같으면 맞대응하지 말고 자리를 피한 후, 곧바로 경찰서로 전화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신부님들은 특히 조심해야 되는데요, 그분들과의 괜한 시비에 휘말리시면 일이 더욱 복잡해집니다’라고 한 말까지도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손은 호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지금 이 상황, 경찰에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이 스쳐갔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래, 지난밤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를 피해서 성당 처마 끝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 분을 쫓아내는 것이 과연 교회 정신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다시 호주머니에 넣다가, ‘나야 괜찮다지만, 혹시나 새벽에 수녀님들이 텐트나 텐트 속 인물과 마주치면 놀라면 어쩌지! 그리고 텐트 안에 있는 분이 혹시나 미사 오시는 본당 어르신들에게 금품이라도 요구하면…. 그럼 또 안 되지!’라며 나는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고,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텐트 안에 있는 사람을 확인해 보려고 가까이에 다가갔더니, 텐트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시, 씻으러 갔나!’ 가끔 성당 화장실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분들이 세수를 하는 건지, 목욕을 하는 건지를 모를 정도로 씻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다음, 화장실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고 가신 적도 있었기에…. ‘혹시, 지금 성당 화장실에?’ 그래서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 쪽으로 갔습니다. 그 와중에 일찍 미사에 오신 어르신들이 계셨고, 소성당에서는 벌써 몇 분이 자리에 앉아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우선 남자 화장실을 확인하려고 안에 들어가서 살펴봤더니,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그다음은 여자 화장실! 그곳은 혼자 들어갈 수는 없어서, 조심스레 여자 화장실 앞을 기웃거리며 문에서 무슨 물소리가 들리나 귀를 대려는 찰나,

“어머, 신부님, 벌써 나오셨어요?”

미사에 오신 본당 어르신이었습니다. 내가 여자 화장실 앞에 얼쩡거리고 있었지만,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 짧은 순간을 포착해서 화장실 안을 기웃거렸더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 다행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다시 성당 내부를 잠깐 둘러보다가 미사 시간이 되어 제의방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동안 미사에 오신 신자분들과 마주쳤고, 신자분들은 나를 보자 해맑은 얼굴로 인사를 했습니다. 제의방에 들어서자 새벽미사 복사를 하러 온 꼬마 아이들이 졸린 눈 비비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온통 걱정뿐이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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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9-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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