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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39. 정치 공동체의 토대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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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도대체 뭐 길래, 2만의 병사를 사지로 내몰란 것이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고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 정치의 목적은 섬김

영화 ‘광해’의 한 장면입니다. 광해 역을 열연한 배우는 사대의 예와 명분에 앞서 백성의 소중함을 호소하는데, 많은 이들에게 시원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참된 목자적 사랑과 그 심원함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런 감동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지도자에 대한 갈망, 사랑과 평화를 염원함에서 비롯됩니다.

일제 식민지배 이후 독재시대를 거쳐,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을 통해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를 성공적으로 건설했습니다. 또한 고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강렬했던 빛만큼 그늘도 존재합니다. 정치현실은 정쟁과 대립이 첨예하며 사회에도 갈등과 분열이 많기 때문입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이뤘지만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배려와 화해, 이해와 상생의 문화, 사랑의 가치만이 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참된 사회를 건설합니다.

■ 진짜 어리석음이라는 참담한 불행


회복될 수 없는 불행이란 무엇입니까? 바로 증오, 미움, 시기, 질투,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가득하고, 편견과 불통, 싸움과 대치가 끊이질 않으며 모든 이가 공포와 위협, 죽음, 비인간화에 머무는 것입니다. 불행하면서 참으로 어리석은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의 자리를 다른 것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사랑이 아닌, 무관심, 편의주의, 상대주의, 이기주의, 물질주의입니다. 사랑이 아닌 다른 것에 침식당할 때 우리의 정신과 양심은 무뎌지고, 우리는 쾌락과 욕심, 소비와 나르시즘, 두려움의 노예가 됩니다.

그런데 오직 사랑만이 그것을 극복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힘만이 부서진 것을 회복시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공격을 위한 소모적인 논쟁과 차가운 무관심, 쌀쌀한 냉소를 멈추고 사랑, 믿음, 희망을 실천해야 합니다.


■ 인간은 교회의 길, 교회는 인간의 길

평화의 사도였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1978년 10월 22일, 즉위미사 강론)라며 그리스도인이 가야 할 ‘인간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그 길이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위해 죽으신 삶을 따르는 길이며 하느님과 인간을 위한 사랑의 길이자 교회와 정치공동체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그 길로 초대하십니다. 그 초대란 욕심과 무관심, 편의주의, 상대주의, 이기주의, 물질주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부르심입니다. 그리스도께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이신 그리스도께로 두려움 없이 나아갑시다! 우리 모두는 사랑을 통해 부활해야 합니다! 그럴 때 지상의 정치 공동체에 하느님 나라가 임할 것입니다!


“믿는 이들이 내세워야 할 목표는 사람들 사이에 공동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정치사회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관점은, 사회생활을 구성하기 위한 전형이자 일상생활의 한 양식인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에 둔다.”(「간추린 사회교리」 392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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