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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06) 사제를 살리는 사람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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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며칠을 정신없이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조차 1분, 1초씩 아껴 쓰며 많은 일을 했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 주일 강론을 쓰고 난 뒤 너무나 졸린 나머지 사제관 집무실 장판 위에 잠깐 눕는다는 것이 그만 잠들어 버렸습니다. 눈을 떠 보니 새벽이었고 나는 사제관 방바닥을 온몸으로 휩쓸다가 구석에서 웅크리며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운 상태로 몸을 반듯하게 돌리려는데, 글쎄 허리에서 ‘뻑~’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허리 통증에 너무나 아팠습니다. ‘아… 주일 날… 이러면 안 되는데….’

아주 천천히 일어나, 아주 천천히 세면을 하고, 전날 쓴 강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출력을 했습니다. 정말이지 옷도 천천히 입었고, 교중미사 시간 전까지 방안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이고, 허리 아픈 티를 내면 신자분들이 걱정하겠다!’는 생각에 얼굴 표정을 최대한 밝게 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이윽고 미사 시간이 되자, 품위 있는 걸음걸이로 어기적… 어기적… 성당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전혀 티가 나지 않게, 허리 아픈 것을 숨긴 채 가까스로 교중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를 끝낸 후 미사에 오신 신자분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에 조금 일찍 사제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느 형제님이 사제관 앞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신부님, 어디 편찮으시죠?”

“아뇨, 괜찮은데요.”

“에이, 미사 때 예물 봉헌 받으시러 제대에서 내려올 때, 그리고 영성체 때 제대 가운데로 오시면서 얼굴 표정을 살짝살짝 찡그리는 것을 제가 봤는데 그러셔요?”

“아니, 그 잠깐의 순간에 제 표정을 보셨어요?”

“신부님, 신자 석에 앉아 있으면 십자가랑 신부님 얼굴만 보인답니다.”

그래서 나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그 형제님이,

“신부님, 오늘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으세요?”

“아뇨, 허리가 너무 아파 사제관에서 좀 쉬려고요.”

그렇게 형제님과 인사를 나눈 후, 천천히 사제관에 들어가 점심을 간단히 먹고, 방에 가서 침대에 누웠습니다. 마음속으로, ‘휴…, 오늘은 이렇게 푹 쉬고, 내일 병원에 가야겠다.’ 그리고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누워 있는데, 1시간 정도가 흘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형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신부님, 전데요, 지금 저랑 한의원에 가요. 허리 통증은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병을 키우니까, 빨리 나오세요.” “형제님, 오늘은 주일이잖아요. 이 근처에 한의원 문 연 곳이 어디 있다고!”

“신부님, 제가 다 알아봤으니, 같이 가기나 합시다.”

나는 속으로 ‘주일 날, 한의원 문 연 곳이 있다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튼 옷을 주섬주섬 입고 사제관 근처 주차장에서 그 형제님을 만나 한의원으로 갔습니다. 차로 20분 정도를 가다 보니, 어느 한의원에 도착했습니다. 힘들게 차에서 내려 한의원을 찾아 들어갔는데, 밖에서 보니 불은 다 꺼져있었고, 문도 잠겨있었습니다. ‘혹시 형제님이 잘못된 정보로 찾아온 건 아닐까….’ 그런데 그 형제님은 약속이나 한 듯 닫힌 한의원 문을 손으로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진짜로 한의사 같은 분이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진료받고 침도 맞고, 이것저것 다른 치료도 받았습니다. 치료 후 진료비도 얼마 나오지 않았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그분의 한의사 자격증을 찾아봤더니, 그분의 의자 뒤에는 유명한 한의대 박사학위증이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이 주일 날, 왜 한의원 문을 열었던 것일까….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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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1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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