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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07) 사제를 살리는 사람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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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날 아침 허리 통증이 너무 심했지만, 교중 미사 때 신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눈치챈 형제님. 그리고 힘겹게 사제관으로 들어가는 나의 뒷모습을 본 그 형제님은 나를 도와야겠다는 일념에, 이내 곧 인터넷을 뒤져서 ‘주일날 치료하는 한의원’을 찾은 모양입니다. 형제님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아무리 찾아도 ‘주일날 치료하는 한의원’이 안 나왔답니다. 그래도 계속 인터넷으로 뒤지고, 뒤지다 뭔가를 찾았던 것입니다. 즉, 대학교 밀집 지역에 있는 어느 한의원과 그 한의원을 소개하는 사이트 속에서 짧은 댓글 한 줄을 발견한 것입니다.

‘일요일 날도 아픈 저를 위해 한의원 문을 열어 주시어, 치료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형제님은 그 한의원에 전화를 했답니다. 처음에 걸어도 안 받고, 두 번째 걸어도 안 받고, 세 번째 걸었더니 그제서야 한의원 원장님이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형제님은 그 한의원 원장님에게, ‘우리 본당 신부님이 지금 허리가 너무 아픈데 응급으로 치료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부탁을 드렸답니다.

그러자 한의원 원장님은 ‘일요일에 내가 다른 일 때문에 한의원 나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물었답니다. 그래서 형제님은 인터넷에 있는 댓글 한 줄을 보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전화를 했다고 말하니, 그러면 원장님은 아픈 분을 조용히 데리고 오라고 말했답니다.

그렇게 그날, 보잘것없는 사제를 살리려는 신자분의 정성에 힘입어 한 시간 정도 치료를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한의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형제님만 따라왔던 것만 기억났습니다. 치료를 다 받고 나오는데 한의원 원장님이 나에게 말을 먼저 거셨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지만, 저희 부모님은 천주교 신자셨지요. 부모님은 경북에 사셨는데, 부모님이 사시던 본당을 새로 지었는데, 제대를 봉헌할 분이 없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시기에, 제가 제대를 사 드린 적도 있습니다, 하하하.”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어떻게 일요일 날, 다 쉬는 날에 이렇게 한의원에 나오셨어요?”

“진료는 없고요, 제가 한의원에서 취미 활동을 하거든요.”

한의원을 돌아보니 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살펴보았더니, 그림들이 따뜻하고 좋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하,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예, 일요일에는 그림을 그리러 한의원에 나오는데, 이리 진료를 하게 되었네요.”

우리는 좀 쉴 겸 대기실 의자에 앉았고, 원장님은 당신의 그린 그림에 감동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신나서 당신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서비스로 ‘십전대보탕’까지 마시면서 말입니다. 그날, 원장님 얼굴은 무척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의원을 나와 다시 사제관으로 돌아오는데 형제님은 나의 치료에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서 뿌듯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날, 마치 드라마 같은 세 남자의 행복한 주일 일상을 보낸 것입니다.

일요일에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한의사. 사제를 보고 낫게 해 주려고 인터넷을 뒤지다 댓글 하나를 발견하고 무작정 전화를 했던 용감한 형제님. 그분들은 허리 통증에 힘들어하는 나에게 행복한 치료를 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원장님은 3일 동안 먹을 약을 주었고, 허리가 아프면 또 오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다음 날, 월요일 하루를 푹 쉬었더니 다 나았습니다.

간절함에는 참으로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심지어 불가능하거나, 연결이 될 수 없는 상황조차 한순간에 연결이 되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또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게 하고. 간절함 때문에 참으로 놀라운 감동을 받은 하루였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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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0-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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