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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09) 스스로 만족하기를 가르쳐 준 낚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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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부모님께서 계신 곳으로 짧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아니, ‘바다야,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라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부모님께서 사시는 바닷가 동네에서 바다만 바라보다 왔습니다. 몇 시간씩 넋을 놓고 바다를 보는 시간 외에 휴가 동안, 매일 아침저녁 집 앞 바다에 나가서 바위 틈새 구멍치기 낚시를 했습니다.

준비물이라고 해 봤자, 길이가 1m50㎝ 정도 되는 가는 나무 작대기에 낚싯줄을 단단히 고정시킨 후 납추를 달고 바늘을 묶은 낚싯대와 미끼입니다. 낚시 방법은 지렁이를 바늘에 끼워 바위 틈 구멍 속으로 낚싯줄을 내리면 되는데,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물고기는 언제나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는 집으로 가지고 와서 손질한 후 요리를 했습니다. 요리 방법도 단순해서, 조림이나 튀기는 수준이었고, 식사 때 부모님과 함께 반찬으로 먹었습니다.

이번 휴가 땐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랬는지, 제주도에서 가장 구석진 어촌 마을인 우리 동네에까지 많은 관광객들이 왔습니다.

가족 단위로 오신 관광객 중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내가 무엇을 잡았는지를 보려고 내 주변에 오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허름한 작업복에 며칠을 씻지 않아 엉킨 머리카락, 조금은 탄 내 얼굴을 쳐다보고, 나무 작대기에 낚싯줄을 매달아 구멍치기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 표정은 마치 ‘2% 부족한 사람’을 보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그 가족들은 멀리 바다, 바위 끝자락에 서서 수백만 원짜리 낚시채비에 폼 나게 릴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야, 멋있다’는 표정을 짓는 것 같았습니다. 하기야, 50대 초반이 지난 사람이 그저 나무 작대기 하나로 제대로 잡힐 것 같지 않은 구멍치기 낚시를 하는 몰골이 그리 멋있게 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날따라, 나 역시 릴낚시를 하는 분들이 멋있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결심을 한 후, 근처에 사는 사촌 형을 찾아갔습니다. 사촌 형은 낚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잘 하기도 하는 형입니다.

나는 사촌 형을 보자마자, 정식으로 릴낚시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실 사촌 형은 과거에 내가 신학교에 입학한 사실을 알리자, ‘네가 신부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을 했던 분입니다. 그 말 때문에 내가 신부가 되자, 사촌 형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의 부탁은 거의 다 들어 주고 있습니다. 그날도 나의 요청을 들은 사촌 형은 집일을 멈추고, 릴낚시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진지하게 가르쳐주었습니다. 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긴 낚싯대를 보여준 다음, 릴을 연결한 후, 낚싯줄에다 찌를 매달았고, 낚싯줄 끝 부분에 뭔가 특별한 장치를 하는 듯 실을 묶었습니다. 그걸 바라보면서 나는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암튼 낚시채비를 마친 후 우리는 근처 바닷가로 갔고, 형은 릴을 던지는 법과 릴을 감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어서 본격적인 릴낚시를 해 보는데, 긴 낚싯대를 잡은 채로 지렁이를 끼우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때로는 폼 나게 바다를 향해 릴을 던졌지만, 낚싯대 맨 끝부분이 엉켜, 찌와 납추, 그리고 지렁이가 내 코앞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낚싯대를 던지는 도중 바늘이 제 바지에 꽂히는 바람에 바지를 살리느라 절단기로 낚싯바늘을 자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릴이 바다로 들어가면 수초에 걸렸고…. 평균 5분에 하나씩 낚싯바늘을 해 먹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촌 형은 묵묵히 낚싯바늘을 다시 끼워주었습니다.

두 시간이 훨씬 넘게 낚시를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고, 힘겨운 릴낚시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사촌 형은 ‘처음에 다 그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괜히 릴낚시를 부러워했다가 고생, 고생, 생고생만….’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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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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