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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병이어’ 기적은 이어지고 있다

자선 주일 / 무료 양로원 ‘평화의 모후원’ 운영하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의 탁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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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상인들이 탁발을 나온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수도자들에게 양파를 건네고 있다.

 

 


한파가 몰아친 4일 아침, 거리 곳곳이 살얼음판이다. 경기도에 있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수도자와 직원들이 무료 양료원인 평화의 모후원 어르신에게 필요한 채소류를 기증받기 위해 트럭에 오른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는 후원금과 물품을 기증받아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 60여 명을 모시는 탁발 수도회다.



“오늘은 나물거리가 들어왔으면…”

차에서 기도를 마친 신혜경(보나) 수녀와 곽미애(체칠리아) 수녀가 “오늘은 나물거리가 좀 들어오면 좋겠다”며 담소를 나눈다. 곽 수녀는 “일전에 한 할머니가 성당에서 기도 중에 ‘아버지(하느님), 나 떡 먹고 싶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며 “얼마 후 바로 떡이 들어와 다들 놀라면서 ‘하느님께서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걸 바로 챙겨주신다’며 웃은 적이 있다”고 했다.

차로 15분쯤 달려 도착한 수원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수도자들이 시장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몇몇 상인들이 “수녀님, 김장은 하셨어요? 마늘 좀 드릴까?” “날이 추운데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시라”고 수도자들을 반긴다. 이어 “당근이 상태가 나빠 대신 감자라도 드리겠다”는 상인, 필요한 물품 목록을 달라는 상인, “내가 오늘 드릴 게 없어 빵 사드릴게. 수녀님들 채소 좀 드려”라며 이웃 상인의 나눔 동참을 끌어내는 상인도 있다.

매주 이곳을 찾다 보니 시장에서의 탁발은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탁발하는 수도자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릴 게 없다고 차갑게 말하거나 건물 입구에서 문전박대하기도 한다. 수도자가 탁발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신자들도 있다.

신 수녀는 “처음 탁발을 할 때 함께한 수녀님께서 ‘하느님 일을 하는 우리는 창피해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로 젊은 수도자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나눔 자체가 줄어 걱정이라고도 했다. 곽 수녀는 “출입증이 없으면 못 들어가는 사무실도 늘고, 젊은 층의 나눔 참여가 적어 후원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후원을 아끼지 않은 은인들과 필요로 하는 것을 꼭 채워주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수도회의 탁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를 이어 수도회에 물품 기증하는 상인

10년째 수도회에 물품을 기증하는 김 베로니카(71) 할머니는 “모든 게 하느님께서 주신 거고 그분이 필요로 하시다는데 언제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나온다.

대를 이어 채소를 기증하는 의림상회 최기화(47)씨는 “수녀님들이 오시는 수요일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채소를 챙겨둔다”며 “큰 비용 쓰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 뜻을 이어 어르신들 돕는 일이라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저렇게 내줘도 장사가 되나?’라는 생각에 한 가게에서 기증 물품의 가격을 물었다. 쪽파 2만 5000원, 감자 1만 8000원, 기타 채소류 1만 원으로 어림잡아도 5만 원이 훌쩍 넘는다.

신보상회 김영화(59) 상인은 “채솟값도 많이 올랐고 인건비도 걱정이라 매주 드리는 게 쉽지 않다”며 “그래도 수녀님께 채소를 드리는 것이 돈을 아끼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웃었다.



상인들의 피땀 같은 채소 가득 쌓여

탁발을 마치고 시장을 나서는 길, 추위 속에 언 몸을 작은 난로에 녹이는 상인들과 상점 한구석에서 쪽잠을 자는 이들도 눈에 띈다. 새벽 2시부터 일했던 터라 지친 지 오래다. 그런 상인들의 피땀 같은 채소들이 트럭 가득 쌓이는 모습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이 떠오른다. 어르신들이 드시고 싶다는 나물거리도 들어왔다.

신 수녀는 “이웃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며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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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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