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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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세상의 빛] 54. 예수님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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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매치기 청년이 어떤 병원 앞에서 담배만 피우다 지하철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한 여인의 가방에서 돈 냄새를 맡아 소매치기하여 달아납니다. 얼마 뒤 그 소매치기의 남동생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옵니다. 형은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보려고 병원에 왔었던 것입니다.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동생의 말에 형은 돈 없으면 다 죽어야하느냐고 분개합니다. 이 모양이니 자신이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한탄합니다. 동생은 어머니 수술비로 자신의 결혼자금까지 찾아오던 애인이 소매치기만 당하지 않았어도 어머니는 살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소매치기 당한 시간과 장소는 정확히 자신이 소매치기 한 시간과 장소와 일치했습니다. 소매치기 형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유리조각’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일화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예수님을 미워하여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강요했던 유다 지도자들에게 있을까요,(596항 참조) 아니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 질렀던 군중들에게 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그들이 무서워 죄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형선고를 내려버린 줏대 없는 빌라도에게 있을까요?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당시에 살고 있던 모든 유다인에게 그리스도 수난의 책임을 차별 없이 지우거나 오늘날의 유다인들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597항)라고 천명합니다. 오히려 그 책임을 지금 우리 각자에게 돌립니다. “교회는 주저 없이, 그리스도인들이 너무나 자주 유다인들에게 지웠던 예수님의 처형에 대한 가장 중대한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돌립니다.”(598항)

만약 위의 예에서 어머니를 죽인 장본인이 자기 자신임을 인정하지 못하면 소매치기 아들은 절대 회개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고 그 대가가 어떠한 것인지 알아야 회개가 이루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다른 누구의 탓으로 돌리면 그 죽음으로 오는 은총이 그 사람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분의 죽음이 나의 탓이라고 인정해야 비로소 회개가 일어나고 죄가 사해집니다. 만약 고해성사 때마다 그 보속으로 자녀의 팔을 하나씩 잘라야 한다고 하면 누가 죄를 지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죄 사함의 값은 그리스도의 죽음입니다. 내 죄 때문에 그리스도가 죽어야만 했다는 것을 믿어야 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같은 성체지만 그것이 진짜 그리스도의 살과 피임을 믿고 영하는 사람은 구원에 이르지만 믿지 않고 영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피로 세상의 죄를 없애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그렇게 아파하시는 것이 나의 죄 때문임을 믿는 사람의 죄만 사해집니다. 예수님을 죽이라고 소리쳤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그리스도의 살에 차가운 못을 박아 넣었던 사람이, 더 나아가 그분을 팔아넘겼던 가리옷 유다가 바로 자신이었음을 눈물로 고백하지 않으면 그분의 고통은 나에게 아무런 변화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진정으로 내가 그분을 아프게 했다고 믿는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다시는 그분에게 아픔을 드리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예수님 탄생 아주 오래 전에서부터 메시아의 운명을 이렇게 예언합니다.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한 그는 고통의 사람, 병고에 익숙한 이였다. 남들이 그를 보고 얼굴을 가릴 만큼 그는 멸시만 받았으며 우리도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 받은 자, 하느님께 매 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 53,3-5)

지금까지 내가 죄를 지으며 못을 박아온 나무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달려계십니다. 이제는 죄와 싸워 이겨 그분의 몸에서 못을 빼어드리는 삶을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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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1-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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