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금육, 주님 수난에 동참하는 신앙 행위

1. 스마트폰 2. 육식과 기호 식품 3. 에너지 절약, 일회용품 4. 소유욕 5. 내 입장에서만 바라보기(꼰대질)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사순 시기 금요일 저녁 서울 대학가. 중ㆍ고등부 교리교사 출신 청년들이 오랜만에 모여 삼겹살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한 청년이 “교리교사까지 했는데 금요일에 고기 먹기가 좀 그러네!”라고 말을 하자 다른 청년이 “요즘 누가 금육재를 지켜. 불타는 금요일 주(酒)님을 모시면서 주(主)님 수난에 동참해야지”라고 응답한다.

금요일 하면 언제부턴가 금육보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먼저 떠오르게 됐다. 더욱이 ‘고기가 진리다’ 라고 말하며 뭘 먹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매주 금요일 지키는 ‘금육재’라는 단어는 그저 분위기 깨는 소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금육재는 단순히 고기를 먹고 안 먹는 문제가 아니다. 금육재는 우리가 가진 것을 희생하고 극기와 보속으로 예수 그리스도 수난에 동참하는 신앙 행위다. 더욱이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들에게 빼앗긴 마음을 되찾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못 먹던 시절에야 고기가 금육재의 상징이 됐지만, 모든 게 풍족한 현대에는 고기는 물론 술과 담배, 커피 등 기호 식품도 금육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절제가 회개의 한 징표인 셈이다.

보편 교회는 모든 신자는 인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자신과 이웃들의 각종 죄악을 보속하는 정신으로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연중 모든 금요일과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은 참회와 고행의 날인 셈이다. 한국 교회에서는 만 18세부터 만 60세 전까지 금식재를,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금육재를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사목 지침서」 136조, 「교회법」 제1250-1253조 참조)

누군가는 “회식이 많은 금요일에 금육은 불가능하다”고 반론할 수 있다. 교회는 명절 기간 금육과 금식을 관면하는 사목적 배려를 하지만 금요일 회식 자리 전 본당 사제에게 전화해 부득이하게 고기와 술을 마셔야 하니 관면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절제와 희생을 넓은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당장 오늘은 지키지 못해도 다른 날 꼭 지키겠다”는 결심과 실천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또 한국 주교회의는 금육재와 금식재를 전적으로나 부분적으로 다른 형태, 즉 참회와 고행, 애덕 실천, 신심 수련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바라봐도 금육재는 지구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1.3㎏으로 소비량이 해마다 증가한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밀과 보리의 절반이, 옥수수는 80가 가축 사료로 쓰인다. 더 많은 가축용 곡식을 재배하는 순환고리가 이어진다. 소고기 0.9㎏ 만드는데 6.8㎏ 넘는 곡물과 1만 8000ℓ(사료용 곡물 생산분 포함)의 물이 필요하다. 더욱이 가축은 인간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며, 그 양은 온실가스의 14~22를 차지한다.(「찬미받으소서」 해설집 「공동의 집」 중)

사순 제2주가 시작됐다. 예능인들이 자주 쓰는 “지나간 한 끼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에 손들고 반박하고 싶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며 이웃에게 양보한 지나간 한 끼는 하늘에 쌓인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3-0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6

시편 44장 27절
저희를 도우러 일어나소서. 당신 자애를 생각하시어 저희를 구원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