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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입장 상관없이 자기 말만 하나요?

사순 기획 /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절제와 비움 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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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는 신앙인의 덕목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설교하셨고 사회적 지위를 떠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셨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꼰대’라고 불리는 이들에게는 더 어렵다. 꼰대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고 시대착오적 말을 늘어놓는 행위’다. 상대의 입장은 상관없이 내 이야기만 하는, 한마디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꼰대는 젊은 세대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꼰대가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을 소리 나는 대로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로 쓰며 비꼬기도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9년 9월에 오늘의 단어로 꼰대를 선정해 한국의 꼰대 문화를 상세하게 보도하는 낯 뜨거운 일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나 지위를 앞세워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행위는 유치원생에게서도 나타난다.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은 상대의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던지는 질문이 있다. “너 몇 살이야?” 어쩌면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 있는 사회 특성이 작용했을지 모른다.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에 나온 ‘직장인 꼰대 체크리스트’ 중 일부를 추렸다. 후배 사원을 성당 활동에서 만난 동생이나 며느리로, 회식을 성당 모임이나 가족 모임 등으로 바꿔 ‘나는 여기에 몇 개나 해당하나?’ 살펴보자. 임 작가는 해당 사항이 1개라도 있다면 꼰대 기질이 있다고 말한다.

△윗사람의 말에는 무조건 따르는 것이 회사 생활의 지혜이다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 사원이 거슬린다 △회식 때 후배가 알아서 수저를 세팅하지 않거나, 고기를 굽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난다 △어린 녀석이 뭘 알아 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라고 해놓고, 내가 먼저 답을 제시한다 △내가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에게 화가 난다 △회식이나 야유회에 개인 약속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 성인(聖人)이 아니고서야 어떤 사람이 꼰대 테스트라는 바늘귀를 통과하겠는가.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데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꼰대는 나이나 지위를 떠나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입장만 늘어놓는 사람이다. 실제로 젊은 꼰대도 얼마나 많은가.

송차선 신부는 저서 「곱게 늙기」에서 행복한 나이 듦의 지혜를 전한다. 상대를 대함에 있어 개방·경청·양보·겸손·관심·미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물을 참으로 존재하는 그대로 보고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은, 삶의 깊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76 참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주고, 다른 사람과 함께 슬퍼할 줄 아는 것이 꼰대 탈출의 지름길이자 성덕이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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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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