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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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적으며 ‘하느님 자녀’임을 되새기고 체온 재며 ‘내 마음 사랑의 온도’ 점검을

[특별기고] 코로나19 사태의 의미와 ‘위장된 축복’ / 손희송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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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구가 공동체 미사를 중단한 지 두 달여 만에 미사 재개에 돌입했다. 한국 교회는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미사 재개로 신앙의 회복, 새로운 다짐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 시기를 맞고 있다. 이에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가 코로나19 사태의 의미를 되새기고, 여전히 남은 불편한 일상도 영성적으로 돌아보도록 주교로서 특별히 당부했다.



말 엉덩이에 붙은 파리와 위장된 축복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의 일입니다. 자신이 추진하려는 일마다 사사건건 반대하는 각료를 해임하라는 친구의 권고에 링컨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어느 날 시골 길을 걷고 있는데, 농부가 말을 몰아 쟁기로 밭을 갈고 있었어. 그런데 말 엉덩이에 파리들이 달라붙어서 말을 귀찮게 하고 괴롭혔지. 내가 옆에 있는 파리채를 집어 들었는데, 농부가 말리더군. ‘그만두십시오. 그 파리 때문에 이 늙은 말이 그나마 움직이고 있답니다.’ 우리 인생을 돌아보면, 이 파리처럼 털거나 잡아버리고 싶은 사람이나 일이 분명히 있었을 것일세. 이제 그런 상황이야말로 ‘위장된 축복’임을 깨달아야 하네. 겉보기에는 나쁜 일, 그러니까 까다로운 사람이나 성가신 상황 같지만, 그것을 축복으로 가려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질 때 인생은 훨씬 더 의미 있고 즐거워질 것이네. 인생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야. 현명한 사람은 일어난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의미를 두지.”



결핍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은총의 시간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었던 시간은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위장된 축복’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결핍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은총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사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미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시간, 영성체가 얼마나 은혜로운 선물인지를 절절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사제들은 신자 없는 미사를 지내면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얼마나 풍요롭고 은혜로운 것인지를 절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을 잃어버리고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지난 4월 말부터 여러 교구에서 다시 공동체 미사가 재개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많은 분의 수고와 협조, 특히 의료진과 방역당국자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입니다. 미사가 재개된 것은 기쁘고 감사하지만,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귀찮고 짜증 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거기에서도 숨겨진 축복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19 방역수칙에서 찾는 숨겨진 축복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넣으면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녀인 나의 이름을 기억하신다는 믿음을 굳건히 다지게 됩니다. 또한, 체온을 측정하면서, 내 마음 안에 사랑의 온도는 얼마나 될지 헤아려 봅니다. 손 소독제로 손을 닦으면서 하느님 앞에는 깨끗한 손, 빈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필요 없는 말을 많이 했는지, 과식 과음했는지를 반성하면서 말을 줄이고, 덜 먹고 덜 마시기를 다짐해봅니다. 성당에 들어가서 정해진 자리에 앉으면서 하느님이 내게 정해주신 자리를 찾았는지 성찰해봅니다.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띄엄띄엄 앉으면서, 내 이웃 사람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해주었는지 반성해봅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 8장 28절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이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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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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