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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범죄, 성인지 교육 필요하다

성평등 의식·실천 의지 없으면 위력에 의한 성폭력 되풀이… 교황청, 교회 내 성추문 지침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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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인의 성폭력 피소와 자살로 ‘권력형 성범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권력형 성범죄가 가벼운 형태의 언행으로 시작해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입장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범죄 예방과 해결을 위한 구조적 장치도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며 권력형 성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는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따른 것인 만큼, 교회 안팎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차이에 따른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넓게는 성평등 의식과 실천 의지, 성인지력까지의 성인지적 관점을 포함한다. 성인지 감수성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유엔여성대회에서 사용된 후다.

최근에 일어난 고위 공직자 관련 성범죄 사건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葬)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미국에서 한 여군이 성추행을 당해 두 달간 실종됐다가 주검으로 발견돼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일반 직장에서 일어나는 상사의 성범죄 역시 권력형 성범죄에 속하며, 가톨릭교회도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순 없다. 지난해 3월 29일에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의교서 「미성년자와 상처받기 쉬운 이들의 보호에 관하여」는 미성년자나 학대에 취약한 성인에 대한 학대·착취 금지,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자의교서는 아동 성 학대를 포함해 미성년자에 대한 모든 종류의 학대와 착취를 금지하고, 상처받기 쉬운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교황의 사목적 의지가 반영돼있다.

틴스타 교사 김혜선(착한목자수녀회, 플라치다) 수녀는 “최근에 일어난 자살과 성폭력 사건들을 보면서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남긴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모든 것을 죽음의 문화로 다 쏟아 넣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수녀는 “예전에는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너무 쉽게 성적인 발언을 주고받는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들은 피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라면서 “법으로 제대로 처벌받게 해야 성인지 교육도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교회 내 가톨릭상담소에서 일하는 한 상담가는 “직무상 위치에서 비서가 친절하다고 군림하듯 권위적인 방식으로 대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라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성적인 침해를 당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인다면 타인의 성과 생명을 침해하는 행동과 말을 더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교회 안에도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평신도로, 국제 장애인 복지단체 라르슈를 설립한 업적으로 노벨 평화상에 추천되기도 했던 장 바니에는 고인이 됐지만, 올해 초 생전에 여성들에게 성적 학대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떼제공동체 수사들도 지난해 6월, 홈페이지를 통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제목으로 발표문을 내고, “사회와 교회가 미성년자와 약자들에 대한 성학대와 성폭력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시기에(1950~1980년대) 세 명의 공동체 형제가 미성년자에게 행사한 성폭력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한편, 교황청은 최근 교회 내 성 추문 관련 사건 발생 시 따라야 할 강령과 규정을 담은 지침서를 발표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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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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