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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9262개… 공병 모아 어려운 이웃 위해 선행

자선 주일 / 공병 주워 불우이웃 돕는 김정선ㆍ배연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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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부터 공병을 주워 불우이웃을 도와온 김정선ㆍ배연임씨 부부가 공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고서도 못 본 체’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처럼 가엾은 마음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림 제3주일 자선 주일을 맞아,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100원짜리 공병을 주워 불우이웃을 위해 차곡차곡 기부해온 이들을 만났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사는 김정선(이시도로, 80)ㆍ배연임(비비안나, 76, 제주교구 김녕본당) 부부다.



“어려서 부모 없이 살았어요. 너무 고생하며 살아서 없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해요. 골다공증에 당뇨에 걷는 것도 힘들지만 아파도 공병 모으는 건 하고 싶어요.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요.”(배연임 비비안나)

“나이 먹은 사람이 얼마나 잠을 잡니까? 밤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면서 주워오는 거죠. 운동 삼아서 걷는 거예요. 갑자기 죽으면 하고 싶어도 못해요.”(김정선 이시도로)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틈틈이 공병을 주우러 다니는 노부부가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로 각각 매달 20만 원씩 받는 김정선ㆍ배연임씨 부부다. 2015년부터 공병을 모으기 시작해 1만 9262개 공병을 팔아 불우이웃에게 기부금을 전달했다.



기초연급 수급자에 다리도 불편

공병을 수집해 마련한 돈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내왔다. 8만 원으로 시작한 불우이웃성금은 10만 원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11만 6000원, 2018년에는 35만 4250원, 2019년에는 102만 원을 기부했다. 작년에 기부한 102만 원에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30만 원이 포함됐다.

김씨 부부는 기초연금 수급자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받았고, 불우이웃 성금으로 100만 원을 채우고 싶어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안 쓰고 성금에 보탰다.

부부는 “일찍 부모와 헤어져 어렸을 때부터 고생하고 살았다”며 “그래서 함부로 돈을 못 쓴다”고 했다.

“우리가 조금 덜 먹으면 불쌍한 사람이 더 먹을 수 있으니까요. 남들은 우리가 돈이 많아서 기부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꼬깃꼬깃 모은 돈 전액 기부

아내 배연임씨는 네 차례 다리 수술을 받아 걸음이 불편하다. 골다공증에 당뇨, 고혈압 등으로 몸이 성한 곳이 없다. 남편 김정선씨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동네를 돌며 공병을 주워오면 아내가 병을 골라서 자루에 담는다. 하루에 많으면 30개를 줍고, 적으면 10개 미만으로 줍는다. 와인병이나 맥주병은 팔 수 없어 소주병만 줍는다. 모아온 공병을 마트와 농협에 가서 팔면 아내는 지폐들을 고무줄로 차곡차곡 묶어 정리한다. 부부의 선행은 지역 일간지를 비롯한 인터넷 뉴스에 올라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말없이 공병을 갖다 주고 가는 이들도 있고, 배부르니까 공병을 주우러 다닌다는 비아냥대는 소리도 들어봤다.

“우리, 공병 주워서 100원도 챙긴 적 없어요. 다 불우이웃 돕는 데 썼지…. 텔레비전에 보니까 아프리카에 굶어가는 아이들, 한 달에 만 원이면 한 달을 살 수 있다고 해서 2만 원씩 후원하고 있어요.”

전라남도 해남이 고향인 부부는 1982년 제주도에 들어왔다. 2남 1녀를 키우면서 남편은 제주도 만장굴에서 15년간 청소일을 했다. 아내는 아이들 입에 풀칠하기 위해 3살 된 막내딸을 업고 보리풀을 베러 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운동하며 이웃 도울 수 있어 행복

부부는 큰아들이 초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세례를 받게 됐다. 큰아들이 먼저 세례를 받더니, 동생들을 데리고 성당에 다녔다. 육체적으로 몸을 쓰는 노동이 고됐던 부부는 제주에서의 삶이 쉽지 않았지만 꿋꿋이 버텨냈다. 남편 김씨는 장애인의 가정을 찾아가 정기적으로 청소해주고 잔디도 깎아줬다. 수고료를 받으면 그 돈은 다시 기부했다.

부부는 이른 새벽, 가톨릭평화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묵주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자식들은 다 결혼했고, 손주ㆍ손녀들도 다 컸다.

“우리 둘은 행복해요. 자식들은 다 키워서 알아서 먹고 사니까,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일밖에 없는 거죠. 우리가 자식들 돈으로 이웃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걸으면서 운동도 하는 거죠. 나누면 기뻐요.”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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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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