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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 주교 조선대목구장 시절 문서, 바티칸서 발굴

주교회의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 2년 성과발표 심포지엄 블랑 주교와 1252명 조선 신자들 서명 적힌 두루마리 문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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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을 통해 바티칸 도서관 필사본실에서 발굴돼 처음 소개된 블랑 주교의 문서. 블랑 주교의 한국명 ‘백요왕’을 시작으로 사제와 신자들의 이름과 세례명, 서명이 빼곡히 적힌 문서가 선명하게 남아 보관돼 있다. 바티칸 도서관 누리집 캡쳐



교황청 도서관 필사본실에서 블랑 주교가 조선대목구장 시절이던 1887~1889년 작성한 문서가 발견됐다. 주교회의가 201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추진해오고 있는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을 통해서다. 2023년 한국과 바티칸 수교 60주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을 통해 한국 교회사에서 중요한 문서들이 속속 건져 올려지고 있다.

주교회의는 11월 2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블랑 주교 문서 내용을 처음 공개했다. 아울러 올해 2년 차인 사업의 진행 상황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초대 주한 교황사절 패트릭 번 주교의 활약과 영성도 소개됐다.

새남터 한국교회사 아카데미의 서종태(스테파노) 박사는 “가로·세로 1700x39.5㎝ 크기의 한지 두루마리 형태로 된 블랑 주교의 문서는 붉은색 상하 두 칸의 표에 감목, 선교사, 서울회장, 신자들의 한자 성과 한글 세례명, 서명이 붓글씨로 적혀 있다”며 “상당히 정성을 들여 만든 특별한 자료인 이 문서에는 블랑 주교를 비롯해 1252명의 성과 한글 세례명, 서명이 기재돼 있다”고 소개했다. 서 박사는 코스트ㆍ리우빌ㆍ푸와넬ㆍ마라발 신부 서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 문서가 블랑 주교 재임 중 이들이 활동했던 1887년 3월부터 1890년 2월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블랑 주교는 왜 조선 신자들의 서명을 교황청에 보냈을까. 이 시기 블랑 주교는 서울 종현 지역에 가옥과 부지를 매입하며 ‘대성당 건립’이란 중대한 일을 추진하던 때이다. 블랑 주교가 명동대성당 건립을 위해 부지를 확보했지만, 조선 정부는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종현 언덕에 성당을 짓지 못하도록 거짓 술책을 펴며 다른 지역에 성당을 지을 것을 종용하던 터였다. 조선 정부와의 오랜 갈등 끝에 1888년 새로 부임한 주한 프랑스 공사 콜랭 드 플랑시가 적극적으로 중재해 갈등을 해소했고, 이에 블랑 주교가 교황청에 플랑시 공사에게 십자훈장을 수여해줄 것을 청원하면서 신자들의 연대 서명을 첨부한 것이라고 서 박사는 설명했다.

서 박사는 “지금까지 블랑 주교의 활동이나 관련 자료에서는 청원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교황청 소장 문서와 파리외방전교회 소장 문서에서 관련 자료를 찾게 됐다”며 “그 결과 레오 13세 교황은 플랑시 공사에게 성 그레고리오 대십자훈장을 수여했고, 1890년 4월 그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현재 바티칸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관련 자료 발굴에 투입된 전문가는 총 4명. 전문가들은 2019년 3월부터 지금까지 바티칸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관련 자료 894권을 조사한 상태다. 바티칸 도서관 주화실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시대 상평통보 91개도 발견해 현재 바티칸 도서관 공식 누리집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김동수(의정부교구 사무국장) 신부는 이날 발제를 통해 조선이 섬으로 소개됐던 17세기 라틴어 서적과 지리적으로 중국 지도 위에 표기된 도서, 서울을 ‘Soul’로 표기한 조선 지도 등을 소개했다. 18세기 이탈리아어로 중국 역사를 다룬 35권짜리 책에는 조선과 일본 사이 바다를 ‘동해’로 불린다고 적고 있다. 김 신부는 “이 사업은 한국 교회가 성장하기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기회”라며 “발굴 사업이 계속 이어져 한국 교회사와 한국사 발굴에 좋은 계기로 정확한 역사 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대섭(청주교구 용암동본당 주임) 신부는 1947년 초대 주한 교황청 사절로 임명된 뒤 이듬해 대한민국이 한반도 단독정부로 국제사회 승인을 얻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패트릭 번 주교의 업적과 삶을 자세히 전했다. 연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황소희(안젤라)씨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가톨릭 교회가 국제 네트워크 조직으로서 신앙 규범으로 똘똘 뭉쳐 초국가적 영향을 미쳤던 모습을 정치 외교적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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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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