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대전가톨릭대 대성당에서 봉헌된 경갑룡 주교 장례 미사 고별 예식에서 김종수 주교가 고인의 관에 성수를 뿌리며 고인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제3대 대전교구장 경갑룡(요셉) 주교가 16일 새벽 1시 50분 노환으로 투병 중이던 대전 성모케어센터에서 선종했다. 향년 91세.

교구는 18일 오전 대전가톨릭대 대성당에서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장례 미사를 봉헌하고, 고인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도했다. 장례 미사는 코로나19 감염증의 급격한 확산으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등 한국 교회 전ㆍ현직 주교단과 교구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대표 등 7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엄수됐다.

1962년 사제품을 받은 경갑룡 주교는 1977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주교품을 받았고, 1984년 대전교구장에 착좌, 21년간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을 이끌며 해외 원조에 의존하던 교회를 자립하도록 이끌었고, 교구 인사와 사목 행정, 재정 등의 기틀을 다져 교구가 도약하는 데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교구 공동체가 순교 신심을 본받도록 순교 영성을 심고 성지를 개발하는 데 힘썼으며, 교구 미래를 내다보고 농촌 사목과 공소 활성화, 평신도 양성, 생명과 가정 사목, 성소 계발과 양성 등에 힘썼다.

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 경갑룡 요셉 주교님은 늘 강인한 모습이셨지만, 그 이면에는 착한 목자로서, 또 아버지로서 하느님 백성을 위해 겪은 수많은 아픔과 고민, 인내와 불면의 밤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교구장 주교로서 무거운 직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제 직무로 인한 짐도, 또한 병으로 인한 그 어떤 고통도 없이 그간의 모든 수고를 그치시고 하느님 품 안에서 성인들과 함께 편안히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하겠다”면서 “저희도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고, 하느님과의 여정을 주교님처럼 당당하게,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미사 성찬 전례 뒤 교구 총대리이자 장례위원회 위원장인 김종수 주교 주례로 고별 예식이 거행됐다. 고인의 약력 소개에 이어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등의 조전, 염수정 추기경과 이용훈 주교의 고별사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타글레 추기경는 조전을 통해 “깊은 슬픔으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대전교구의 은퇴 주교님이신 경갑룡 요셉 주교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요셉 주교님의 영혼을 전능하신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맡겨드리며, 상중에 계신 주교님들과 모든 신부님, 수도자들, 평신도 교우 여러분께 진심 어린 조의를 전한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고별사를 통해 “경갑룡 요셉 주교님께서는 누구보다 교회를 사랑하셨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으며, 신자들을 가톨릭 신앙으로 이끌기 위해 항상 기도하셨고, 스스로 모범을 보이셨다”면서 “주교님의 영원한 천상 안식을 빌면서 주교님의 사제로서의 삶을 이끌어 주셨을 요셉 성인의 특별한 전구를 청한다”고 기도했다.

이용훈 주교도 고별사에서 “한국 천주교회와 대전교구, 우리 모두는 경갑룡 요셉 주교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가르침을 길이길이 기억할 것”이라며 “사랑하는 주교님을 주님께 보내드리는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슬프고 아프지만, 주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한다”고 애도했다.

경 주교의 시신은 장례 미사 후 교구 성직자 묘원인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신방리 하늘묘원에 묻혀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