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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주님께서 저에게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대전교구 손범규 신부, 생체 간이식 받고 기적처럼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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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범규 신부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병상에서도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생체 간이식 말고는 달리 살길이 없던 대전교구 손범규(임마누엘) 신부가 ‘기적처럼’ 생환했다. 간경화가 심각해지면서 간성혼수 상태까지 떠밀렸던 손 신부는 2020년 12월 8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조카 수녀에게서 간 일부를 이식받고 회생했다. 수술 뒤 일주일을 꼬박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고, 다시 일반 병실로 옮겨와서도 무균실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나서야 12월 29일 퇴원했다. 이식수술한 지 꼭 20일 만이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모든 걸 익혀 먹어야 하고, 섭생도 중요하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져 접촉도, 면회도 안 되고, 누나인 손 미카엘라씨의 마포 집에서 집콕하며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빠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이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수술이 아주 잘 됐대요. 다들 기도해주시고, 함께 아파해 주시고, 걱정해 주신 덕분에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켜 주셨어요. 부족한 저를 신문에 내주신 덕에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살아났어요. 3개월 동안은 아무도 못 만난다니까, 치료에만 전념하겠습니다. 아기 예수님 탄생하신 성탄에 제 세례명처럼, 임마누엘 주님께서 저와 함께해 주시고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남은 삶, 잘 살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교우 여러분들께도 주님 축복 속에 건강하게, 또 잘 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 인사부터 전한 손 신부의 말은 담담하지만, 말로는 전하지 못하는 기쁨이 배 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수술을 받고, 성탄이 지나자마자 퇴원하며 새해를 맞는 게 무척이나 설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신부는 이번에 간이식 수술을 받으며 정말 많은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 10월 11일 자 1583호 가톨릭평화신문을 통해 투병 기사가 나가면서 교구 안팎에서 간을 기증하겠다는 의사표명이 잇따랐다. 교구 사제도 3명이나 기증하겠다고 했고, 대전성모병원에서 2명, 서울ㆍ수원교구에서 일반 교우들도 3명이나 기증의사를 밝혔다. 심지어는 중3 학생도 기증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타인 간 생체이식은 혈액형이 맞아야 하는 데다 장기매매 우려 때문에 절차도 복잡하고 확인 기간이 오래 걸려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마침 수도의 길을 걷던 누나의 딸, 조카가 외숙부인 손 신부에게 간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수술이 급진전했다.

주치의인 유영경(스투르미오)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수술 경과가 아주 좋아 걱정이 없고 다 괜찮다”며 “지금은 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인데, 특별히 무리하지 않고 감염만 조심하면 4∼5개월 지나면 활동할 수 있으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공여자인 수녀님도 몸에 위해가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수술했다”며 “남은 간이 언제 정상적인 크기로, 기능으로 돌아오느냐가 문제인데, 간의 크기는 1주일 정도 지나면 80 이상 커지고 기능도 2주 정도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는 만큼 두세 달만 회복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외삼촌 신부에 앞서 퇴원한 조카 수녀도 “외삼촌 신부님에게 제 간을 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살아 돌아와 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예수님께서 자기 삶과 모든 것을 봉헌하셨듯이 외삼촌 신부님께 제 육신의 일부를 드리는 것이 바로 성체성사의 삶이 아닐까 싶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신부의 신학교 추천 신부인 황용연(대전교구 요양 중) 신부도 “손 신부님이 편찮으시다고 하니까,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는 예쁜 마음이 이어지는 걸 보고 세상이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 거룩한 성탄 때 다시 새 생명을 받으신 손 신부님께 축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손 신부도 “이번에 간이식 수술을 받고 다시 살아나며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아직은 따뜻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사제로서 매우 부끄럽지만, 남은 생애는 보은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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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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