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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바보 김수환 추기경이 그립다”

현장 르포 / 경상북도 군위군 용대리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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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을 찾은 사공재선(도미니카)씨와 어머니 이정순씨가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여기 오면 너무 좋아요, 김수환 추기경님은 워낙 훌륭하신 분이니까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새해에는 코로나가 없어져서 더 많은 사람이 추기경님을 뵈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12월 31일 경자년 마지막 날 오후, 경북 군위군 용대리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은 인적이 끊어져 차가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쓸쓸했다. 30여 분 만에 처음 만난 김덕임(알레나)ㆍ홍대순(엘리사벳)씨는 스테파노 경당을 가리키며 “전에 올 때는 문이 열려 있었는데 오늘은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군위성당에 다닌다는 두 사람은 미사도 드리고 운동도 할 겸 걸어서 1시간 거리인 이곳에 자주 온다고 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 입구.


김수환 추기경의 세례명을 딴 스테파노 경당은 김 추기경의 생애를 묵상하며 조용히 기도하거나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다. 평상시라면 매일 오후 3시 미사가 봉헌된다. 하지만 입구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미사를 중단합니다”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경당뿐이 아니었다. 김 추기경의 생애 전반을 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영상자료, 기록물, 유품 등이 전시된 기념관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두 사람은 경당 앞 잔디광장에 설치된 성모상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여 기도를 바쳤다. 코로나가 없어져서 신앙활동 등 모든 삶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기를 간구했다고 말했다.

스테파노 경당을 지나면 추모정원이 나온다. 오솔길을 따라 조성된 추모공원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웃는 얼굴과 어록, 성모상, 추기경 문장, 흉상 등 추기경을 추억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곳을 지나면 생가가 나온다. 김 추기경이 대구 성 유스티노 소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사제의 꿈을 키웠던 곳으로 어릴 적 살았던 옛집을 원형대로 복원했다. 부엌과 방 두 칸에 작은 툇마루가 전부다. 김 추기경의 어머니(서중화 마르티나)는 아들의 학교 성적이 나쁘면 웃어넘겼지만 교리 공부는 그렇지 않았다. 김 추기경은 죄스런 마음에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신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 내에 설치된 옹기 가마.


생가 옆에는 옹기 가마가 재현되어 있다. 신앙심 깊은 추기경의 아버지(김영석 요셉)는 옹기장수였다. 아버지는 옹기를 구워 경북 일대를 돌며 팔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어머니가 옹기와 포목행상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김 추기경의 호가 옹기인 이유다. 옹기장수 부모에 대한 그리움, 질그릇 같은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인생관이 담겼다.

경북 군위군은 2018년 7월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을 개장했다. 개장 첫해 2만 588명, 선종 10주기를 맞은 2019년에는 5만 902명이 다녀가는 등 국민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방문객이 1만 6942명으로 급감했다. 군위군 문화관광과 이준엽 주무관은 “나눔공원을 찾는 분들을 위해 여러 행사 등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중단됐다”며 새해에는 좀 더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대했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나눔공원 입구로 왔다. 추기경이 자신을 그린 자화상이 큼직하게 세워져 있다. 평소 김 추기경은 자신을 바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이 왜 바보인지 물었다.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고 알면 또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든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로 바보지요. 그러고 보면 내가 가장 바보처럼 산 것 같아요.”

바보이기를 자처한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2009년 2월 16일 선종했다. 한 달 뒤면 어느덧 선종 12주기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가 그립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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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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