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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 주님께 맡긴 이등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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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OOO대대장입니다. 얼마 전 보고 드렸던 Y이등병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어제도 일과가 끝날 즈음 사라져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옆 부대 공중전화 부스에서 간신히 찾아왔습니다. 모든 신경이 병사 한 명에게 가 있으니…. 정상적으로 부대를 지휘할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여단에서 조치를 해 주시길 건의 드립니다.” 수화기 너머로 대대장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즉시 인사참모를 불러 재분류를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여단으로 온 Y이등병을 만났습니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렀습니다. 바르르 떨고 있는 그를 가볍게 안아 주었습니다. 차를 마시며 여단에 오기까지의 군 생활에 대해서 진솔하게 얘기하도록 했습니다. 두서없는 얘기의 핵심은 두려움과 배신감이었습니다.

부모는 군에 입대하는 것에 잔뜩 겁을 먹은 Y이등병을 안심시킨다는 명목으로 과대포장을 했습니다. ‘높은 사람을 알고 있으니, 군에만 가면 소형운전병 특기에 승용차 운전병을 시켜주겠다, 가까운 곳으로 배치 받도록 해주겠다’는 비현실적인 약속을 남발했습니다. 물론 단 한 가지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죠. 이에 분노한 Y이등병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전화기를 붙잡고 엄마에게 따졌습니다.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지요.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에 그는 당황했고 두려움만 커졌습니다.

두려움이란 무엇일까요? 마우로 코촐리 신부는 「걱정 말아요 365일」에서 “두려움이란 늙음과 인간 삶의 변화와 관련된 근원적인 감정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곱게만 자란 청년이 군에서 겪게 되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 낯선 사람과의 동거, 꽉 짜여진 조직생활은 걱정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랬기에 엄마와의 전화 통화로 안정을 얻으려고 그토록 전화기에 매달렸겠지요.

저도 군에 입대할 때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떨리는 가슴을 애써 누르며 등록을 했지요. 중대 배치를 받고 군복을 받은 후에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낄 정신이 없었습니다. 구대장은 거친 욕설을 시작으로 앉아 일어서, 뒤로 돌아, 선착순 등으로 혼을 빼놓았습니다.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병력관리에 경험 많고 후덕한 주임원사 운전병으로 임무를 부여한 후, 천주교 신자인 그를 주님께 맡겨 드렸습니다. 제가 주일에 성당에 가면 Y이등병은 가장 먼저 저에게 달려와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어깨를 쓰다듬으며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가끔은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적응해 가는 그를 보면서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군에 입대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고(告)합니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 무서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마라. 네가 어디를 가든지 주 너의 하느님이 너와 함께 있어 주겠다.”(여호 1,9)


이연세(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
동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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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9-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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