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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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속에도 군 사목에 힘 쓰는 군종교구 동해해군본당 권호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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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그만두려는 우리 본당 신자가 있다면 저는 하느님께서 저에게 맡겨 주신 자녀를 잃은 것입니다.”

군종교구 해군 제1함대사령부 동해해군본당 주임 권호섭 신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잠잠해져 다시 미사를 봉헌하게 됐을 무렵 성전 입구에서 종이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종이봉투 안에는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성물들이 들어 있었다. 짐작하기에 신앙생활을 그만두려는 어느 신자가 성물을 그냥 버릴 수는 없어서 성당에 가져다 둔 것 같았다.

권호섭 신부는 동해해군본당에 지난해 7월 부임한 뒤 올해 2월부터 코로나19로 미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본당 신자들을 영성적으로 이끄는 일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본당 사목자가 성당에서 신자들과 미사와 성사를 드릴 수 없다는 현실이 암담하기까지 했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끊임없이 찾았다. 신자 한 명 없는 성당을 바라보며 군종사제의 신원을 고심하고 되찾고자 했다.


■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제 직무는 중단 없다

코로나19로 군종교구 미사가 처음 중단됐던 때는 2월 24일이었다. 이 때 권 신부 심정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오랫동안 본당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너무 막막해져 갔습니다.”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이런 상황에서 나는 사제로서 도대체 무얼 해야 하지?’였다. “‘사제의 신원은 말씀과 성사의 직무에서 비롯된다’(「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 4항 참조)고 합니다. 사제가 신자들을 만나지 못하고 성사 생활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 ‘사형선고’처럼 느껴졌고, 제 자신이 초라해져 가는 것 같았습니다.”

미사가 중단된 기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양들을 돌봐야 하는 사제의 직무가 결코 중단될 수는 없다. 권 신부도 동해해군본당 신자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끈으로 그들을 묶고 신앙을 전했다. 우선은 본당 신자들에게 대송 등으로 주일미사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건강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기본적인 조치부터 시작한 것이다.

“미사가 중단된 기간 동안 저 혼자 성전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본당 가족 모두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본당 가족들 사진을 찍어서 성전 로비에 걸어 두었고, 각 가정별로 성구를 정해 성전에 게시해 놓은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혼자 미사 중에 본당 가족들 사진을 제대에서 보이도록 좌석으로 옮겨 놓고 사진을 보면서 본당 가족들을 생각했습니다. 강론 때는 성전 뒤편에 걸려 있는 각 가정의 성구를 읽으며 성경 말씀이 가정마다 이뤄지기를 기도했습니다.”


■ 힘든 때일수록 신자들을 찾아 나서자

권 신부는 미사가 중단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신자들과 대면 접촉이 제한되는 기간에도 고심 끝에 신자들을 찾아 나섰다. 본당 가족들 중 몇 명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고 어떤 가족들은 부모님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직접 병원과 장례식장에 찾아갔다. “‘이런 때일수록 신부는 신자들을 찾아가야 한다.’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제로서 그때 찾아가지 않았다면 본당 가족들이 상황을 이해는 하면서도 많이 쓸쓸하셨을 것 같습니다.”

권 신부는 코로나19로 휴가와 외출이 통제돼 병사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졌을 때 그들을 찾아갔다. 부대 사령관과 간부들도 군종장교들이 특별한 활동을 해 주기를 기대했다. “마침 해군본부에서 마련한 ‘회복탄력성’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병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여 주려고 병사들을 만나 교육을 실시했고 평소보다 ‘더 좋은’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요즘은 병사들이 외출을 해도 갈 곳이 없는 격오지 위주로 위문을 다니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말 좋은’ 간식을 준비합니다.”


■ 동해해군성당을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키다

권 신부가 코로나19가 계속되는 동안 특별히 홀로 땀을 흘린 일이 또 있다. 동해해군성당을 새롭게 꾸미는 것이었다. 소박하게 ‘청소와 정리’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페인트가 벗겨진 야외 십자가의 길 14처 도색을 혼자 새로 했다. 기존 페인트를 일일이 다 긁어 내고 페인트 접착제를 꼼꼼히 바른 후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대작업이었다. 꼬박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성당 지하에 있던 폐기물 두 트럭 분을 정리해서 버리고, 제의실을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겨 새로 꾸몄다. 성당의 오래된 가구들도 분해해서 버렸다. 본당 신자들은 달라진 성당 모습에 좋아하면서도 권 신부 혼자 힘든 일을 한 것에 미안해했다. 하지만 평소보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리는 신자들이 늘어난 모습을 볼 때면 권 신부는 뿌듯함을 느낀다.

권호섭 신부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며 본당 공동체의 소중함과 신자들의 신앙을 지켜줘야 한다는 소명을 되새기게 됐다. “지금은 미사와 성사 등 전례를 통해 신앙이 더 강해지도록 돕는 것이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최소한 신자들이 각자 자리에서 성경 통독과 필사, 십자가의 길, 렉시오 디비나 등을 하며 신앙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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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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