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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여는 사람들] 노숙자 생활하다 다시 일어선 엄태길씨

롤러코스터 인생, 이젠 열심히 벌어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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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 주차관리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엄태길씨. 최태한 명예기자
 
"월급은 적지만 이 나이에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여 돈을 벌어야 해요."

 대구시 중구 동산동 노상공영주차장 주차관리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엄태길(베드로, 72, 대구 계산본당)씨는 자신을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으로 소개했다.

 엄씨는 거의 20년 전 서울에서 연봉 7000만 원이었던 잘 나가는 직장인이자 재산 20여억 원을 소유한 자산가였다. 그런데 1997년 IMF사태로 명예 퇴직을 한 후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엄씨는 그때부터 사업도 해보고, 농사도 지어봤지만 돈은 쉽게 벌리지 않았다. 세탁일, 운전기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상황만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10년 전 아내와 갈라서면서 아내에게 전 재산을 넘겼다. 아이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돈 한푼 남지 않은 그는 2011년 겨울 무작정 덜 추운 남쪽 도시 대구로 내려갔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 가지고 있던 그는 대구역에 가면 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대구역으로 갔다. 그리고 노숙 생활이 시작됐다.

 2년 가까이 노숙 생활을 하면서 엄씨는 이가 빠지고, 위암까지 걸렸다. 우연한 계기로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이형록 과장을 알게 됐고, 이 과장은 치아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줬다. 엄씨는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노숙자 쉼터에 머물며 공공근로를 시작했다. 이를 치료받은 그는 고마운 마음에 가톨릭 신앙도 받아들여 세례도 받았다. 그는 쉼터에서 퇴소해 건강이 나빠진 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는 데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자립하는 데 힘을 불어넣어준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과 치아를 치료해준 성심복지재단에 각 1만 원씩 기부도 시작했다.

 "나도 어렵게 살아 보니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잘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닥치는 대로 벌고 닥치는 대로 도와주자고 결심했습니다.1 만 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지금 제겐 큰돈이에요. 기부하니 이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어요."

 쉼터에서 퇴소해 작은 월세방을 얻은 그는 올해 여름부터 주차장 주차관리요원으로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고 있다. 차를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주차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는 차주들이 있어 끼니도 주차장에서 김밥이나 자장면으로 때운다. 한겨울에 칼바람을 맞으며 일하는 게 가장 고되다.

 "주차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주차비를 내고 가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일할 맛이 나지요."

 주차비를 내지 않고 가는 차를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주차비를 받지 못하면 그의 월급에서 주차비를 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일자리가 있고, 도와줄 곳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새해 희망은 임대아파트를 얻어 월세로 나가는 돈을 줄이는 것이다. 그는 "이 나이에 마음이 젊고 치매에 안 걸려 감사하다"면서 "올 한해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넉넉하게 살 때는 땅도 사고 건물도 사봤지만 살아보니 돈이 있다고 늘 있는 게 아니다"면서 "풍족할 때 어려운 이웃과 나누지 못한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엄씨는 "지금도 삶의 의지를 잃고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들이 많다"며 "돌고 도는 돈이 없는 사람에게 더 채워지도록 기부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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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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