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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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공소의 재발견] (6) 나래리공소

지역민과 함께하는 ‘신앙 사랑방’
구역장 집서 공소 모임이 ‘계기’
신앙 전성기 뒷받침한 기반 역할
“공소 의미 되찾는 계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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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래리공소 신자들은 품팔이 등 모금활동을 통해 공소 건물을 짓고, 공소에 배치할 성물과 기물들을 마련했다.
사진은 1998년 새로 지은 공소 건물.
 
 
공소의 역사는 공소가 위치한 지역의 신앙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용인대리구 장호원본당(주임 한태문 신부) 소속 나래리공소에서 이어오는 신앙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 지역 신자들의 손으로 직접 지은 나래리공소는 오랜 시간 지역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 나래리공소의 역사

1963년 교구 설정보다 앞서, 1960년 장호원본당 역시 설립되기 전인 1950년대, 청주교구 감곡본당의 관할 지역이었던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나래리. 당시 나래리 지역 신자들이 주일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소속 본당인 감곡본당을 찾아가려면 1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가야만 했다.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았던 시절, 연로한 신자들이 1시간30여 분 거리를 걸어 다니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신자들은 당시 구역장의 집에 모여 공소 모임을 시작했다. 공소의 첫 발걸음을 뗀 것. 이때 감곡본당에 부임해 있던 미국 메리놀외방선교회 신부들은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이곳을 찾아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1960년도에 이르러, 새로운 공소 건물을 짓기로 결심한 신자들은 건축을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신자들은 매년 쌀 한 말씩을 모았고, 가난한 살림에도 너나할 것 없이 동참했다. 더불어 지역 주민이 내어준 땅에 직접 블록을 찍고 쌓아가며, 1975년 완공에 이르기까지 힘을 모았다.

신자들의 땀방울이 모여 이룬 공소는 지역 신자들의 신앙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지역 토박이인 전임 공소회장 강명원(바오로·73)씨는 “당시 어르신들의 손에 이끌려 신앙생활을 더욱 굳건히 다질 수 있었다”며 “아울러 신앙을 꽃피웠던 그 시절, 이곳 공소가 지역 신자들을 모이게 하는 신앙의 중심지가 돼줬다”고 전했다.

■ 새로운 나래리공소를 꿈꾸며

현재 공소 건물은 1998년 새로 지은 건물이다. 1990년대 중후반 낡은 건물을 수리하고자 마음먹은 신자들은 또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곧 난관에 부딪혔다. 쌓아올렸던 블록을 뜯으려는 찰나, 오래돼 삭아버린 가장자리 벽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결국 건물을 새로 짓게 됐다.

신자들은 다시금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품팔이를 하거나, 금반지를 팔아 건축기금에 보탰다. 신자들이 모은 돈만 2300만 원 정도. 본당에서 준 수리비 700만 원을 합해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공소에 배치할 성물과 기물들도 모두 신자들의 손으로 해결했다. 이처럼 지역 신자들의 신앙의 열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공소의 신앙의 모습은 사제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본당에서 사목활동(2002~2005년)을 펼친 바 있는 류덕현 신부는 사제 소임에서 은퇴한 후, 이곳 공소 곁에 은퇴 사제들을 위한 사제관을 짓고, 지역 주민들과 어울려 미사를 봉헌하고 신앙을 가꾸는 삶을 소망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 내 마을회관이 지어지기 전에는 이곳 공소가 마을회관을 대신해 마을 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본당에 찾아가기가 쉬워짐에 따라, 지금은 공소의 존재와 역할이 유명무실해 지기는 했지만, 공소는 신앙의 전성기를 뒷받침했던 지역 신앙의 기반이었다.

현재 공소는 공소 예절도 없어지고, 지역 반모임과 레지오 회합, 판공성사 등의 장소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나, 지역 신자들은 공소를 중심으로 신앙이 다시 새롭게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명원씨는 “공소가 활성화됐던 지난 시기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어르신들이 선종하신데다, 젊은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가는 바람에 공소의 의미를 잊고 살게 되는 것 같다”며 “많은 지역 신자들이 공소를 통해 소속감을 갖고, 신앙생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나래리공소 내부 모습.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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