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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에서 온 편지 ]희망 없는 빈민가 아이들… 교육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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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 시내 빈민가 골목길에서 빈민, 서민층 아이들이 놀고 있다.

▲ 성 요한 학교 학생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 꽃동네 성 요한 학교 교실 전경.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파라텍에 꽃동네 사랑의 집이 있다. 10년 전, 우리 수도회가 방글라데시에 파견됐을 때 세워진 사랑의 집은 날마다 축제 같다. 무슬림과 힌두인, 가톨릭 신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글라데시에서 파라텍은 특히 가난한 무슬림과 더 가난한 가톨릭 신자들, 적당히 가난한 힌두인들이 모여 사는 터전이다.



각 종교의 기도 소리는 거리를 뒤덮고

방글라데시의 주류 종교가 이슬람이기에 무슬림이 왕이다. 날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무슬림들은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기도를 한다. 온 마을에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세 곳에서 울려 무척 시끄럽다. 반면 신이 많은 힌두교 신자들은 꽹과리 비슷한 악기를 치며 기도하는데 이슬람 기도 소리와 힌두교 음악 소리 중 누가 더 큰지 혹은 누가 더 잘하는지 경쟁하는 듯하다. 경당에 앉아 가톨릭 수녀들은 나지막이 기도하고, 무슬림들은 확성기를 틀어놓고 기도하고, 힌두교도들은 악기를 치며 기도를 바친다.

수도 외곽 시골에 사는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릭샤’를 타야 한다. 자전거 뒤에 의자를 설치한 릭샤, 또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오토바이에 사람이 타도록 개조한 오토릭샤를 주로 이용한다. 천연가스 차량부터는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시내에 일이 생겨 한 번 나가려면, 자동차와 문짝 없는 버스, 릭샤, 인력거, 끝이 안 보이는 사람들의 행렬이 뒤엉킨 교통지옥을 늘 겪게 마련이다. 차량 정체로 도로에 서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오래된 차는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36~46℃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80를 넘는 습도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습도가 높아 먼지가 많지 않을 듯하지만, 먼지 바람이 몰아치면 매연과 쓰레기, 오염된 먼지가 무덥고 습한 기운과 함께 몰려와 숨을 멎게 한다.



교복이 자랑스러운 아이들

방글라데시는 교육률이 아주 낮다. 해외용 통계 내용도 그때마다 다르다. 초등학교 진학률이 50라고 하다가 급작스레 80가 넘는다고 하니 정부 발표도 믿기가 어렵다. 이곳 사람들 말로는 30 정도가 진학한다고 한다. 하지만 빈민층이나 서민층으로 가면 그 수치도 별 의미가 없다. 좁은 골목마다 쓰레기와 아이들이 넘쳐난다. 유난히 눈이 큰 방글라데시 아이들은 무척 예쁘다. 엉망인 위생 상태에 오염된 물을 먹고 마시는 아이들의 영양 상태는 열악하지만, 성격은 아주 밝고 명랑하다. 빈민층이나 서민층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많지 않고, 어려서부터 마약이나 본드 흡입에 빠져들기도 한다. 구걸과 범죄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빈민층에 특히 많다.

이 아이들이 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로 가려면, 교육만큼은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부모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고, 꼭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듯하다.

그래서 방글라데시 꽃동네는 2009년 8월에 다카 시내에서 무료 초등학교인 ‘성 요한 학교’를 세웠다. 유치부에서 초등학교 과정까지인데, 이곳은 초등 과정이 5년제다. 해마다 시험을 통과하면 학년이 올라가고, 마지막 5년 교육과정을 마친 뒤 국가에서 실시하는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졸업이 인정된다. 현재 130명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수업하고 거의 전원이 국가고시를 통과해 졸업장을 받고 있다. 현지인 선생님을 채용해 벵골어 수업을 하는데, 학생 대부분은 무슬림과 힌두인이고, 가톨릭 신자는 달랑 1명 있다. 빈민층 아이들에게 성 요한 학교 학생들의 교복은 자랑의 대상이다. 수업이 없어도 교복을 입고 다니며 자신이 학교에 다니는 걸 자랑하곤 한다.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이곳 무슬림 여성들은 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인 ‘부르카’를 입지 않는다. 예전엔 자주 봤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다들 인도 여성들의 전통 복장인 사리를 입는다. 가끔 시내에 나가면, 부르카를 입은 여인들을 볼 수 있다.



꾸질라바리에 새 꽃동네를

방글라데시 꽃동네는 파라텍 꽃동네에 이어 2014년 꾸질라바리에 꽃동네를 짓기 시작했다. 다카 시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으로, 장애인과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집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인부들이 갑자기 며칠씩 일을 나오지 않기도 하고,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곤 하니 도무지 일이 진척되질 않았다. 게다가 무슨 일이든 뒷돈을 주지 않으면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며칠이면 끝낼 일을 한두 달은 보통이고, 심하면 1년을 넘기기도 한다. 해서 2014년에 시작된 공사가 2년을 넘겨 지난 4월에야 마무리돼 다카대교구장 패트릭 로사리오 대주교님 주례와 꽃동네회 설립자 오웅진 신부님 공동 집전으로 축복 미사를 봉헌했다. 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봉헌식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음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꾸질라바리 꽃동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못바리성당이 있다. 날마다 새벽 미사에 참여하러 가면 평일에도 꽤 많은 신자가 와서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전통 복장을 예쁘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성당 마당 성모상 앞에서 기도드리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다.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가톨릭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미사 참여 모습을 보면 남자와 여자는 좌석이 분리돼 있다. 영성체도 자매들이 끝나면, 그제야 형제들이 나가 성체를 모신다.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우리는 함께 모여 기도하고 사랑을 노래한다. 우리도 서로 다르지만, 미사를 통해 예수님 안에서 하나임을 느낀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며 마주치는 베일을 쓴 자매들의 미소가 참 아름답다.



도움 주실 분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방글라데시 분원)

우체국

301341-05-000409(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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