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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요리로 꿈 키우는 창규희 학생과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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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요리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건 수녀님과 보육원 가족들 응원 덕분이에요"
창규희 양이 성모자애보육원 생활지도사 조은정 수녀에게 요리를 맛보이고 있다.
 
 
   "김치전의 강한 향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동동주에 원두커피를 첨가했습니다. 김치전은 과자처럼 바삭하게 굽고 쌈채소를 샐러드처럼 곁들여 외국인 입맛에 친근한 요리로 만들어 봤습니다."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창규희(마틸다, 19)양이 `한식의 세계화`를 주제로 직접 요리한 주안상을 야무지게 설명했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송 프로그램 `스카우트`(KBS) 결선 자리에서였다. 간발의 차이로 3위에 머물렀지만 심사위원들은 창양의 창의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녹화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모자애보육원(서울 상계동 소재) 생활지도사 조은정(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녀는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창양에 대한 걱정을 그제야 한시름 덜었기 때문이다.

 "규희가 보육원에 들어와서도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해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나, 앞으로 앞가림은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꿈을 이루겠다고 그 잠많던 아이가 잠까지 줄여가며 요리에 매달리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스러웠는지, 이제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창양은 2년 전 보육원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할머니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이모와 함께 살았지만,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며 방황하던 창양을 할머니가 쫓아내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보육원 수녀들은 그를 따뜻이 반겼지만, 창양은 "버려졌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아 한동안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요리와 새 가족 덕분이었다. 단순히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요리에서 의외의 재능을 발견한 것이다.

 "칭찬은커녕 `너 주제에…` 같은 말에만 익숙했었다"는 창양은 "요리를 하며 처음으로 인정받는 것이 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어본 것도 보육원에 와서 처음이었어요. 보육원 동생들과 수녀님들이 제 요리를 먹고 맛있다고 할 때 얼마나 힘이 났는지 몰라요. 뿌듯한 마음에 더 열심히 요리할 수 있었죠. "

 난생 처음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창양은 의욕적으로 요리 공부에 임했다. 직접 개발한 창의적 레시피와 야무진 손끝 덕분에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기고 `스카우트`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준비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조 수녀는 "규희가 힘들어할 때도 일부러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립해야 한다. 때문에 힘든 일이 있어도 홀로서기 하는 법을 미리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창양의 말은 달랐다.

 "집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고, `밥 먹었냐`고 챙겨주는 게 가장 큰 도움이었는걸요? 그 전에는 아무도 저에게 그런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거든요."

 방송을 한 달 앞두고는 새벽에 조리실에 들어가 한밤중에 나오느라 햇빛 구경을 못할 정도로 고됐지만, 보육원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큰 응원이 됐다.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것을 한 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는 창양은 방송에서도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공개했다.

 창양은 지난 12월 보육원 식구들과 함께 세례도 받았다.

 "가톨릭이라는 새 소속이 생겼다는 생각에 든든해요. 힘든 일이 생겨도 하느님께서 다 뜻이 있으시겠지 생각하니 마음도 편하고요. 저도 달라진 제 모습이 신기할 정도라니까요. 하느님께서 제가 매일 기도하는 걸 지켜보셨는지 계속 좋은 일을 주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한 후원자가 장학금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고, 그가 존경하는 셰프와 만날 기회도 생겼다. 당초 2위까지만 채용 예정이었던 외식업체도 예외적으로 규칙을 바꿔 그를 채용했다. 창양이 요즘 `세례 받았더니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는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다.

 창양은 올해 수능시험이 끝나는 대로 레스토랑에서 수습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세계적 셰프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인 셈이다.

 "유럽에 한식 레스토랑을 차려 외국인들 입맛을 사로잡고 싶어요. 저만의 스타일을 살린 맛있는 음식을 개발해 우리나라 음식을 세계화하는데 앞장서고 싶어요!"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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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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