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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대구 분도주유소 김현철 대표와 이성구 신부

1ℓ에 1원… "희망의 에너지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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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폭력으로 교도소 드나들던 김현철 대표
성당 동생 이성구 신부 사제수품 계기로 회심
소외된 이웃과 출소자 돕는 나눔 경영에 앞장


 
▲ 전국 최초로 주유소에 사회복지사를 채용한 분도주유소 대표 김현철씨와 그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이성구 신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1989년 6월 대구대교구 계산성당.

 절도와 폭력으로 교도소에 드나들던 이십 대 청년 김현철(베네딕토, 52, 대구 삼덕본당)씨는 한 성당에서 뛰어놀던 동생이 사제품을 받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럽게 울었다.

 `누구는 신부가 되어 축복받은 삶을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
 김씨는 신자들 축복을 받으며 환하게 웃는 동생을 멀리서 바라보며 기도했다. "하느님, 저도 잘할게요. 좀 봐주세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그는 마음을 고쳐먹고 자전거에 석유통을 싣고 달리며 배달일을 시작했다.

 23년 후, 방황하던 청년은 분도주유소(남구 대명동)를 비롯해 대구ㆍ경북 지역에 주유소 3곳을 경영하는 사장이 됐다. 그는 2010년 분도주유소 대명점을 사회적 기업 `분도축복을전하는사람들`로 등록했다. 그는 기름 1ℓ를 팔면 1원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고, 출소자들 자립을 밀어주는 든든한 출소자들의 형이 됐다.

 김씨에게 회한의 눈물을 쏟게 했던 `축복의 주인공`은 관록이 묻어나는 중년의 사제가 됐다. 이성구(용계본당 주임) 신부다. 김씨가 경영난에 허덕일 때는 한겨울 새벽녘에도 달려 나가 술동무가 돼줬다. 김씨의 응원군이 되어 준 이 신부는 올해 초 `분도축복을전하는사람들` 이사직을 맡았다.

 분도주유소 대명점에서 만난 이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부족한 제가 성직자의 삶을 조금이나마 흉내 낼 수 있어 기쁩니다. 우리 신부님은 아버지이자 형 같은 존재에요."(김현철 대표)

 이 신부는 "가족과 직원들을 먹여 살리려 고생하는 형을 보면 오히려 내가 사제인 게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에게 주유소는 `(차를 굴러가게 하는) 기름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살게 하는) 희망의 에너지를 파는 곳`이다. 김씨의 나눔 활동은 자전거로 석유통을 배달하던 시절에 시작됐다. 우연히 요셉의집에서 노숙인들이 기름이 떨어진 난로 앞에 모여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보고, 그는 배달하고 남은 기름 3ℓ를 난로에 부어줬다. 노숙인들이 착하다며 등을 두드려 준 게 나눔 경영에 불을 지폈다. 그가 평생 처음 들어본 칭찬이었다.

 늘 뒤통수를 맞기만 했던 그는 칭찬이 더 듣고 싶어 그때부터 라면과 쌀을 날라다 주고, 시시때때로 난로에 기름을 부어줬다. 2000년부터 1ℓ를 팔 때마다 1원을 적립해 기부한 금액은 5500만 원이 넘는다. 연말마다 홀몸 어르신 집과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난방연료를 채워줬다.

 김 대표는 "이성구 신부님이 사제품을 받을 때 하느님께 청했던 세 가지 소원을 다 들어주셨다"며 "나는 꽃을 피웠으니 이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더 품어 안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방황하던 시절, 담 너머로 엿보던 화목한 가정을 자신이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청한 기도는 결혼해 평범한 가정을 갖고, 착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분도아카데미를 설립해 사회적 기업이 된 분도주유소 내 강의실에서 출소자와 보호관찰을 받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출소자, 새터민, 장애인 등 취업이 쉽지 않은 이들을 주유소 직원으로 채용했다.

 대구가톨릭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김 대표는 주유소를 복지관으로 만드는 게 꿈이다.

 이 신부는 "하느님이 분도 형님을 부르시기 위해 나를 도구로 쓰셨다"며 "형님이 제게 자꾸 고맙다고 하시는데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말했다.

 "분도 형, 나 은퇴하고 나면 여기서 일하게 해줘요. 취약계층인 노인이니까. 써 주는 거죠? 허허."(이성구 신부)

 김 대표가 "성당에서 신자들에게 인사하듯 손님에게 인사하면 된다"고 하자, 마주 보며 웃는다. 이들 뒤로 `분도의 한 방울 기름이 내일을 만드는 기적의 에너지가 됩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세워져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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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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