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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기획] 김수환 추기경을 그리며…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 <1>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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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설 쌓인 산자락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김수환 추기경.
 
 
   4년 전 이맘때 초저녁이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지자 신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 다들 "요즘처럼 어려울 때 저런 분이 더 있어줘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소설가 김훈(아우구스티노)은 말한다.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 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바다의 기별」 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슬픔을 잊어가는 것이 더 슬프다는 것이다. 슬픔의 풍화(風化)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김 추기경의 말과 정신은 그렇지 않다. 동시대인들의 기쁨과 고통, 희망을 온몸으로 껴안았던 그의 말과 정신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울려 퍼지고 있다.

 김 추기경 선종 4주기(2월 16일)에 즈음해 그의 말씀모음집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평화방송ㆍ평화신문)에서 우리가 목말라하는 말씀을 뽑아 싣는다. 첫 순서로 위기의 부부와 위기의 가정에 `한 줄기 빛`처럼 비춰질 말씀을 골랐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많은 부부가 혼인 당시 서약한 대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집니다. 사랑의 감정이 식었다고 이유를 댑니다. 그러나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의지에 속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심에서 출발해 그 결심을 지키는 의지로써 지속됩니다.
 
 나치에 저항하다 순교한 독일 신학자 본 회퍼는 "혼인에 있어서 사랑이 서약을 지켜주기보다는 서약이 사랑을 지켜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사랑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식어가던 사랑이 되살아난다는 뜻입니다. 부부는 자유의사로써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약속한 사람들입니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병들 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귀한 보석일수록 다루기 까다로운 것처럼 훌륭한 배우자일수록 소중하게 여겨서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하고, 자주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스레 손질해서 윤이 나도록 보살펴야 합니다. 있을 제 함께 늙고 죽어서도 한데 간다는 것이 부부입니다. 어찌 하찮은 일로 눈을 흘기고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다정한 미소로 무언의 말을 걸기만 해도 서운한 감정이 봄눈 녹듯 풀리는 게 부부 사이 아닙니까?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정은 모든 사랑의 출발점입니다. 가정 안에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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