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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품 성구와 나] 원주교구장 김지석 주교

“Semper Gaudete(항상 기뻐하라)” (1테살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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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mper Gaudete"(항상 기뻐하라)

 주교 수품 때 만든 나의 주교 문장 하단에 쓰여 있는 성경 구절입니다. 사실 나의 사제 수품 기념 상본에는 평생 사제 생활을 하면서 가슴에 담아두고 실천해야 할 성경 구절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제가 수품에 앞서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서품 날짜, 장소 등과 함께 써넣어 서품 기념 상본을 만들곤 합니다. 나 역시 수품 전 상본에 써넣을 성경 문구를 이곳저곳에서 찾아보다가 모든 성경 말씀이 나름대로 소중하고 깊은 뜻이 있는데 굳이 어느 한 구절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 당시에는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결국 성경 전체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제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신앙인으로서 또 사제로서 살아가는 데 이정표와 같은 말씀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강론 중에 가장 많이 인용한 성경 말씀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주교 임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주교 수품에 앞서 주교 문장을 도안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대신 내가 직접 도안하면서 "항상 기뻐하라"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나의 주교 수품 성구로 선택하여 넣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주교 임명을 받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주교 직무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를 주교 수품 성구로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사제 생활을 하면서 평소에 좋아하는 성구이기도 했지만, 비록 주교직이 무겁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왕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고 기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주교로서 살아가면서 분노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나 부담감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마음 다짐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어떤 경우라도 마음의 기쁨을 항상 유지한다면 결코 남에게 성난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20년 넘게 주교로 살아오면서 이 다짐만은 마음에 간직하고 최선을 다해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간을 참지 못했을 때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은 물론이고 먼저 나 자신이 괴롭고 후회스러웠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주교 서품식에서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셨던 고 김남수 주교님께서 축사를 하시면서 "이 가난하고 작은 시골 교구에서 항상 기뻐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웃음을 던져주신 기억이 납니다. 원주교구는 비록 작은 교구이지만, 자랑스럽고 항상 기쁨을 주는 교구입니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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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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