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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봉사함이 기쁩니다] (5) 이·미용 봉사하는 남영현 모니카씨(서울 목5동본당)

행복 전하는 사랑의 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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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전하는 사랑의 가위손

▲ “어르신들은 피부가 여리고 약한 데다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아 이ㆍ미용 봉사를 할 때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다”고 설명하는 남영현 봉사자. 오세택 기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수탁 시설인 구립양천어르신요양센터 3층.

휑한 복도 한쪽에 얕게 비껴드는 황혼녘 햇살 사이로 백발의 한 할머니가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졸고 있다. 치매 탓에 밤새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ㆍ미용 봉사자 남영현(모니카, 65, 서울대교구 목5동본당)씨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진다.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눈길이 애잔하다. 1999년 갑작스럽게 막내아들을 떠나 보낸 충격으로 쓰러져 10년간 투병하다가 90세로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가 이ㆍ미용 봉사를 하게 된 것도 시어머니 때문이었다.

“남편(이문섭 베드로, 인하대 명예교수)이 6남매 중 맏이여서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돌봐야 했지요. 참 따뜻한 분이셨는데, 여생을 요양병원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우연하게 그 요양시설에서 이ㆍ미용 봉사를 하시는 분을 보고 저도 문득,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2005년께 구립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이ㆍ미용 강좌를 이수했다. 봉사하려고 배운 일인 만큼 물론 미용사 자격증은 없다. 그렇다고 ‘가위질’ 실력이 그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10여 년간 갈고닦은 실력이어서 웬만큼은 해낸다. 거기에 어르신들에 대한 정성과 사랑, 따뜻한 마음까지 기울이니, 고객(?) 만족도는 훨씬 높다.

처음엔 서울 금천구에 있는 개인 노인요양원에서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던 봉사가 집 근처 노인정으로, 장애인 단체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으로, 구립양천어르신요양센터로 이어졌다.

어르신들 이ㆍ미용 봉사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마음에 어떤 상처를 안고 있는지 머리를 한사코 깎지 않으려 하는 할머니도 있다. 대부분 치매로 기억이나 판단력을 놓아버렸기에 설득도 어렵다. 늘 누워있기만 하는 와상(臥床) 환자들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 때론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여섯 명이 함께 머리와 손을 잡고 억지로 머리를 깎아야 할 때도 생긴다. 우여곡절 끝에 깎고 나면, 그제야 편안해지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보면 한 시름 놓는다.

한때는 혼자서 18명이나 되는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아야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대여섯 명이 함께하는 봉사팀도 꾸려져 더 힘이 난다.

남씨는 “치매 어르신들에 대한 봉사이기에 상처가 날까 봐 늘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다”면서 “언제까지 봉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구립양천어르신요양센터

노인성 질환으로 투병하는 어르신들에게 의료ㆍ보건ㆍ통합 서비스를 제공, 심리ㆍ정서적 안정과 재활 지원, 어르신 보호 체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마다 1시간씩 봉사교육을 받아 어르신 일상생활 보조와 환경미화, 주방 보조 등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봉사 문의 : 02-2695-1627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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