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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봉사함이 기쁩니다] (18) 이정자 율리아나씨 노원구자원봉사센터 이웃 사랑봉사단 단장

‘찾아가는 청소 봉사’로 사랑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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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사랑봉사단 이정자(가운데) 단장이 단원들과 함께 청소봉사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장대비가 쏟아붓다가 그치길 여러 번. 미처 우산을 펼 새도 없이 쏟아진 빗줄기에 옷이 흠뻑 젖고 축축해진다. 늦더위에 습기가 겹쳐 이중고다. 그런데도 한복 디자이너 출신 이정자(율리아나, 65)씨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부지런히 걸어간다. 우중충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임대아파트 단지로 접어든다. 목적지인 집에 도착해 벨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홀몸노인이 나온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곧바로 복도에 의자가 놓이고 ‘즉석 이발소’가 차려진다. 전직 미용사 김향연(요셉피나, 69)씨의 능숙한 손놀림에 채 10분도 걸리지 않아 이발이 끝난다. 이씨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우고 정리정돈을 한다. 매달 15가구쯤 돌아가며 소외된 이웃들에게 이발이나 파마, 염색 등을 해준다. 당연히 공짜다.

급한 일이 있다며 함께하던 김씨가 떠나자 이씨는 남은 단원들과 다른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대청소 날. 당뇨로 양 다리를 잘라내야 했던 장애인의 집에 들어선다. 여기저기에 쌓였던 음식 냄새에 며칠간 내린 비로 습기가 더해지니 온 집안이 퀴퀴하다.

이씨와 함께한 박영심(76)씨, 백종임(65)씨, 황연숙(69)씨 등은 팔을 걷어붙이고 제각기 부엌과 거실,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닦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치운다. 30∼40분에 걸쳐 집안 구석구석을 치우고 분리수거까지 마쳤다. 들어갈 때는 얼굴을 찌푸려도 나올 때면 웃으며 나오는 게 청소 봉사다.

‘찾아가는 청소 봉사’ 서비스는 노원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이웃사랑봉사단장 이정자씨와 30여 명에 이르는 단원들의 합작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홀몸노인과 장애인, 오랜 와병 환자 등 소외된 이들에게 전화로, 혹은 찾아가 말벗 서비스를 제공하고, 텃밭을 가꿔 채소를 전하기도 한다. 구청에서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고 상담 봉사도 한다. 자녀가 없는 홀몸노인 가정에는 미역국과 떡국, 케이크 등을 준비해 ‘찾아가는 생신 잔치’를 열어 준다. 동 체육대회나 축제 때는 난타나 탈춤 공연으로 이웃을 즐겁게 한다. 그야말로 못 하는 게 없다. 이게 다 동네 마당발 격인 이정자씨가 주도했다.

“임대아파트 단지에 이사 온 게 1992년인데, 구청에서 일하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타계하는 바람에 모자가정이 됐어요. 종로에서 한복집을 하며 네 아이를 키웠어요. 드라마 ‘해신’이나 ‘불멸의 이순신’ 등장 인물의 한복을 제작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요. 그간 부녀회장으로, 통장으로 활동하면서 만났던 그늘진 이웃에 눈길이 갔어요. 그래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봉사하며 살기로 했죠. 이웃에게 받았던 고마움을 돌려주는 것뿐이죠.”

어찌나 봉사를 열심히 하는지 주위에서 “미쳤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지역사회의 봉사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꿈을 꾼다. 분야별로 봉사 단체를 꾸려서 자신이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봉사할 수 있도록 조직하려 한다. 사랑의 손길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뻗어 가는 그 날까지 그는 봉사에 투신하려 한다.

오세택 기자 sebas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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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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