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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작품 국내에 소개하며 문학 저변 넓혀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2) 인문사회과학 분야 본상 왕은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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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철 교수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죽음, 애도, 트라우마를 연구해 온 왕은철(미카엘, 61,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생명의 신비상’ 인문사회과학 분야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왕 교수는 “죽음과 상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생명과 삶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면서 “특별히 가톨릭교회에서 주는 상을 받게 돼 놀랐고 또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초창기 문학에 나타난 정치적 함의에 주목하며 제3세계 문학 작품을 연구하고 번역해왔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희생자들,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 논리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러다 어머니의 건강 악화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고통과 상처, 죽음의 세계로 눈을 돌렸다. 정치적 논의에서 윤리적 문제로 연구 방향이 바뀌었다.

“부모님이 아프시고 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걸 직접 겪으니,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면서 느끼는 아픔과 슬픔은 원래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처더라고요.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힘들었습니다. 타인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러면서 문학 작품에선 이러한 슬픔, 애도를 어떻게 그려냈는지를 살펴보게 됐습니다.”

왕 교수는 2013년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 세례를 받았다. 어머니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여서 장례미사를 봉헌했다. 그는 가톨릭교회에서 큰 위로를 받았고, 신자가 되고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서 감명을 받았다. 학자로서 또 신자로서 성경을 새롭게 읽고 복음 말씀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문의 지평도 넓어졌다.

그는 “요즘은 고통과 트라우마, 죽음을 넘어서서 환대라는 주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면서 “신앙이 없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자는 논리적, 이성적으로 학문을 연구해야 하지요. 신앙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성경에서 나타나는 환대의 서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야말로 환대의 삶을 몸소 보여주신 분입니다. 상처받고 약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들을 이해해 주셨죠. 상처를 공감하고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는 충분합니다.”

왕 교수는 “제 입에서 신앙, 믿음, 예수님과 같은 말이 나오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 모든 게 결국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일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자로서 글을 쓰고 주변을 더 따뜻하게 하는 일이 복음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왕 교수는 1982년 전북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클래리언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메릴랜드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40여 권에 이르는 제3세계 작품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며 문학 저변을 넓히는 데 앞장섰다. 유영번역상(2011), 전숙희문학상(2012),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상(2017)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애도예찬」 「트라우마와 문학, 그 침묵의 소리들」 「문학의 거장들」 등이 있다. 역서로는 「나라의 심장부에서」 「연을 쫓는 아이」 등이 있다.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은 17일 오후 2시 주교좌 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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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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