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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에 사랑의 온기 전하는 ‘에너지 복지사’

3년째 에너지 빈곤층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에너지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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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윤(오른쪽) 에너지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원과 함께 서울 상도동의 한 취약계층의 보일러 배관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짧은 햇살 한 줌의 온기가 무척 그리운 혹한이다.

종일 부는 칼바람에 체감 온도는 영하 1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춥다, 춥다 해도 너무 춥다. 이런 날에 보일러라도 고장이 나면, 취약 계층은 대책이 없다. 수리비도 만만찮다. 기사를 불러도 언제 올지 모른다.

사회적협동조합 에너지돌봄(이사장 김상윤)은 3년째 이 같은 에너지 빈곤층에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냉골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사랑을 피워낸다.

최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자리 잡은 허름한 빌라. 언덕배기 낡은 건물의 반지하 방에 에너지돌봄 조합원 넷이 들어서자 보일러 문제로 속끓이던 홀몸 어르신은 반가운 기색을 보인다. 추위가 오기 전에 조합원들이 이미 방한, 방풍 작업을 해준 터였다.

“난방은 되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다가 안 나와요. 보일러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요?”

이 말에 안방 보일러 실내 온도조절기를 만져보던 한 조합원은 “할머니, 고장 난 게 아니네요. 온수 버튼을 누르고 쓰시면 돼요” 하고 사용법을 차근차근 일러주자, 할머니는 머리를 긁적인다.

할머니 집에서 나오자마자 조합원들은 인근 빌라로 향했다. 두 번째 집 역시 반지하 방. 출입구 밖 비좁은 길목에 있는 보일러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배관 설비를 점검해 본다. 혹한에 손이 얼어붙을 지경인데도 다들 꾹 참고 배관으로 물을 빼낸 뒤 점검한다. 한참 동안 배관을 청소하고 일일이 설비를 점검하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창틀 틈으로 새어드는 바람을 막는 작업을 한다. 힘들고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에너지돌봄 조합은 이 모든 걸 무료로 시공해주고 있다. 후원자나 기업 지원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에너지돌봄’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태어난 건 2015년 1월이다. 2014년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팀에서 ‘에너지 설계사’로 활동하던 김상윤(안토니오, 63, 서울 신림성모본당)씨는 에너지도 복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말고 취약 계층에 에너지를 나눠 주자는 꿈을 꿨다.

이에 그는 서울시에 ‘에너지 복지사’를 제안해 구체화했고, 서울대교구 빈첸시오회와 협력해 취약 계층 200여 가구에 창호 외풍을 차단하는 단열 시공과 함께 LED 조명등을 설치해줬다. 그러고 나서 2015년 1월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 에너지돌봄’을 설립해 서울 시내에만 12만 가구나 되는 취약계층에 에너지 절약과 나눔을 본격적으로 실천해 왔다.

LED 조명등 설치와 단열 시공, 보일러 청소 등이 주종목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보일러 리모컨 스위치 설치, 낙상이나 화재 등을 막기 위한 주거 설비 안전 점검, 간단한 집수리 활동도 벌인다. 이 때문에 서울시 에너지복지 지원 사업 수행 기관에 선정됐고, 국토교통부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인가도 받았다.

김 이사장은 “에너지 복지라는 과제나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이나 교회의 참여가 절실하다”며 “나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에 돈이 없으면 재능을, 재능이 없으면 시간을, 시간이 없으면 관심이라도 나눠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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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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