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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주교좌 명동대성당 대림 특강(2) ‘신비 안에 살다’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 안에서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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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환 신부(의정부교구, 서울대교구 대신학교)



가톨릭평화신문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대림 특강을 3주간 연재한다. 올해 대림 특강의 주제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다. 특강 순서는 △12월 2일 ‘거룩한 삶으로의 초대’(전진욱 신부) △12월 9일 ‘신비 안에 살다’(최대환 신부) △12월 16일 ‘시대의 표징을 읽는 신앙’(송용민 신부)이다.



신비는 우리가 소유할 수도, 전부 다 알 수도 없는 어떤 것이다. 만약 신비를 다 알아내고 소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비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직 그 안에서 살아갈 뿐이다.

신비를 산다는 것은 신비를 경외하고 사랑하되, 이를 장악하지 않는 존재 방식이다. 사랑을 배우려면 그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신비를 알려면 신비를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욕심을 버려야만 한다. 또 모든 사람의 인생이 신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사람의 신비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존중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인생을 신비로 대하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 언어로 ‘덕’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넓은 마음’이다. 넓은 마음은 사익보다 공공선에 이바지하는 것을 우선하는 태도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상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는 것이다. 이 덕목은 가진 사람, 다시 말해 은총을 받은 사람만이 지닐 수 있다. 스스로 은총 받았고 하느님께서 많은 사랑을 주셨음을 깨닫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세다.

두 번째 덕목은 ‘놓아둠’이다. 놓아둠은 하느님께서 내 삶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나의 존재를 빈터로 놓아두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놓아둠’이다. 체념이 아니라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조용히 바라보는 기다림의 자세다.

이런 ‘놓아둠’은 우리 인생을 자유롭게 해준다. 인생을 쥐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놓아둠’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 자기 인생을 장악하려는 사람은 주변 사람도 장악하려 한다. 결국, 내 인생을 신비로 바라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도 신비로 바라보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넓은 마음’과 ‘놓아둠’의 덕을 가장 잘 보여주신 분이 성모님이다. 성모님은 신비 안에서 사는 신앙인의 모범이다. 신앙인은 자신을 비워두고 하느님 안에서 사는 사람이다. 큰 내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 성모님은 주님의 뜻대로 이뤄지길 원한다는 대답을 통해 이러한 결단을 행하셨다.

신비 안에서 사는 것은 세상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치열한 일상 속에서 이를 버텨내는 것이다. 쉽지 않다. 그러므로 더 용기를 내서 신비 안에서 살고자 애쓰고 기도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을 충분히,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 불행하다.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길은 내 존재가 신비에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 성탄을 기다리며 신비의 마음을 열기로 하자. 그리고 신비의 마음을 가지고, 신비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전구를 청하고 함께 기도하자.



정리=장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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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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