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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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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머리칼 다듬으며 행복 전하는 두 천사

서울 노원본당 노차예·김관숙씨, 14년째 함께 미용봉사 동행성당 외에도 구세군교회·요양원 등 노원구 일대서 두루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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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자 노차예(올리바, 65)씨가 노원본당 교육관에서 김정숙(베로니카, 84) 할머니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아이고, 베로니카 형님. 한 달 새 머리 많이 자라셨네. 내 예쁘게 잘라드릴게.”

2월 12일 찾은 서울 노원성당 미용봉사 현장. 노차예(올리바, 65)씨 미용 가위에 머리를 맡긴 김정숙(베로니카, 84) 할머니 표정이 익숙한 듯 편해 보인다. 미용을 마치고 거울을 보는 할머니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차례를 기다리던 어르신들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매달 둘째 수요일 아침, 봉사자 노씨와 김관숙(데레사, 66)씨는 미용도구를 챙겨 노원성당 교육관으로 향한다. 10시 미사가 끝나면 이곳에 간이미용실을 차린다. 높낮이 의자와 전신거울, 지루함을 달랠 다과까지 갖춰져 있다. 두 사람이 여기서 본당 어르신을 위해 봉사한 지도 올해로 14년이 됐다.

이날도 평소처럼 20명쯤 되는 어르신들이 머리를 손질했다. 10년 단골 임정욱(니콜라오, 87) 할아버지가 “만족스럽다”며 짧아진 머리를 어루만졌다. 5년째 찾는 박해원(바오로, 71) 할아버지도 “늘 이발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돈 주고 자르는 것보다 마음도 편하고 좋다”고 했다. 이남순(루치아, 95) 할머니와 김선애(필로메나, 86) 할머니도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어르신이 떠나자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됐다. 빈첸시오회원들이 바닥청소를 하고 뒷정리를 도왔다. “설날이 낀 지난달에 비하면 오늘은 많이 오신 것도 아녜요.” 머리카락을 쓸어담던 손영찬(베드로, 67) 빈첸시오 전 회장이 귀띔해줬다.

두 봉사자는 2006년부터 성당에서 재능기부를 해 오고 있다. 둘은 1998년부터 함께 미용 봉사를 해 온 ‘짝꿍’이다. 구세군교회, 백병원, 쉼터요양원 등 서울 노원구 일대에서 두루 활동했다. 지금도 성당 외에 노원요양복지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구내 여러 복지시설을 매달 방문한다.

노씨는 원래 서초구에서 미용실을 했다. 함께 살던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자 일을 관뒀다. 봉양에 지친 그에게 삶의 낙이 절실했다. 뭐라도 배우려 찾은 복지관에서 아주 열심한 신자를 만났다. 1992년 세례를 받고 하느님 사랑을 실천했다. 아이를 업고 집집이 돌며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 머리를 다듬었다. 힘들 때 더 힘든 사람을 만나 도우니 기뻤다. 삶에 힘이 붙었다. 성당 미용 봉사에도 한 주도 안 쉬고 즐겁게 임했다. 그러던 중 기적 같은 일을 체험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금방 남편이 심장병으로 쓰러졌어요. 폐렴까지 걸려 거의 죽기 직전이었죠. 그런데 단골 어르신들이 그러셨어요. 우리 모두 만날 기도한다고. 그러니까 정말로 남편이 살아났어요.”

김씨는 가장을 잃은 언니네 세 모녀를 도우려 기술을 익혔다. 원래 제빵을 공부했는데 배워보니 미용이 더 마음에 들었다. “빵은 먹을 때만 기쁨을 줘요. 그런데 머리는 다음에 또 자를 때까지 그 기쁨이 남아 있거든요. 그러니 잘 배웠다는 생각이 들죠.” 그는 깔끔해진 어르신들 머리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어르신들을 향한 사랑이 큰 만큼 두 사람은 걱정도 많았다. 빈자리가 보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다. “어느 날 안 보이는 분이 계셔서 물어보면 돌아가셨다고 그래요. 그러면 온종일 가슴이 허전하고 울적하죠. 그분들 인상과 목소리가 기억에 오래 남아요.” 벌써 많은 단골 어르신들이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그때마다 슬프고 아팠다. 그래도 남아있는 어르신들을 보며 힘을 냈다.

‘55세까지만 봉사해보자’고 약속한 둘은 어느덧 60대 중반이 됐다. 이제 기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계속 봉사하기로 했다. 마주 보고 웃으며 두 봉사자가 입을 모았다. “하는 것보다 그만두는 게 더 어렵네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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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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