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지만, 도서관 문은 굳게 닫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을 비롯한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휴관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지역공동체를 위해 개방 중인 도서관이 있다. 서울대교구 강일동성당 1층에 마련된 ‘루르드의 작은도서관’이다. 강일동본당 수호성인인 루르드의 성모에서 이름을 따왔다.

루르드의 작은도서관은 강동구에 등록된 사립 ‘작은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은 지방자치단체나 법인이 지역민에게 지식과 정보,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도서관을 말한다. 공공도서관보다 규모가 작고 자료가 적은 게 특징으로, 장서 1000권 이상이 조건이다.

루르드의 작은도서관이 보유한 도서는 종교 서적부터 어린이도서까지 9개 분야, 약 3500권에 이른다. 대부분 기증본이지만 신간도 다달이 10권씩 사고 있다. 회원 수는 151명으로 일반적인 작은도서관에 비해 5배 이상 많다. 월평균 이용자는 136명이며 대출은 86명, 반납은 63명이다.

본당 신자와 제9강동지구 타 본당 신자 그리고 비신자인 지역민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성당과 같은 건물에 있는 강동성모노인요양원(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직영시설) 거주 노인과 보호자도 도서관을 즐겨 찾는다. 책을 읽을 뿐 아니라 편히 담소를 나누며 쉴 수 있도록 탁자와 자판기까지 갖춰진 까닭이다. 루르드의 작은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작지만 큰’ 도서관이다.

6일 교중 미사가 끝난 뒤 도서관을 찾은 박영희(가타리나)씨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매주 오는 성당에서 책을 빌릴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본당에서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홍문영(마르티노) 할아버지는 “무엇보다 책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김지영(로마나, 둔촌동본당)씨는 어르신을 위한 ‘큰 글씨’ 도서를 대출하며 “편히 책을 보고 빌릴 수 있어 부담 없이 자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르드의 작은도서관은 지난해 본당에서 알아주는 독서가 2명이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주임 박근태 신부와 사회사목분과장 박원대(미카엘)씨다. 그해 8월부터 도서 기증을 받기 시작했고, 12월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했다. 이어 지난 2월 본당 설립 10주년을 맞아 개관식을 한 뒤, 전산 구축과 장서 분류, 바코드 부착 작업을 거쳐 7월 26일 정식 개관했다. 준비와 운영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한 순회 사서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도서관에는 관장을 비롯해 봉사자 17명이 주6일 오전/오후로 근무하고 있다. 도서관장 박효자(율리아)씨는 “신부님과 분과장님이 주춧돌을 잘 놔주신 덕에 순조롭게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며 “늘 흐뭇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통해 신자와 주민 사이에서 또 다른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힘써주는 봉사자들에게도 고맙다”고 밝혔다.

도서관은 코로나19가 완화되면 10월에 신달자(엘리사벳) 시인을 초청해 ‘작가와의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또한, 달마다 신자와 주민과 함께하는 독서토론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강동구 생명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역민들이 그린 고덕천 민물고기와 잠자리 세밀화를 전시한다.



<루르드의 작은도서관>

운영시간: 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 토요일주일,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무).

1인당 2권 대출 가능(7일, 1회 연장 가능). 회원가입비: 1000원(대출증 제공)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