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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미국-쿠바 화해에 결정적 역할

2013년 6월부터 협상 주선… 두 나라 정상에 직접 편지 보내 국교 정상화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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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2014년 12월 17일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카스트로 의장이 2013년 남아공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추모식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CNS】

미국과 쿠바가 2014년 12월 17일 53년간 단절됐던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가운데, 두 나라 화해를 이끌어 낸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목받고 있다. 두 나라 국교 정상화는 국제무대에 중재자로 나선 교황의 첫 외교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12월 18일 바티칸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교황청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두 나라 사이에 다리를 놓은 교황의 노력을 언급하면서 “교황은 문제가 있으면 대화가 필요하고, 문제가 클수록 대화의 필요성도 커진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뜻에 따라 양국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교황과 교황청의 이러한 역할은 역사적 전통”이라고도 했다.

미국과 쿠바는 2013년 6월부터 캐나다 오타와에서 비밀 협상을 진행해왔다. 캐나다가 비밀협상 장소로 선택된 것은 미국도 쿠바도 아닌 제3의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까우면서도 쿠바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캐나다는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나 캐나다는 장소만 제공했을 뿐 협상에 개입하진 않았다.

비밀 협상에 적극 나선 제3의 국가는 바티칸이었다. 미국과 쿠바가 정치범 석방과 교환 문제로 협상에 난항을 겪을 때마다 교황과 교황청이 나섰다. 외신들은 이를 첫 남미 출신 교황이 가져온 변화로 분석했다. 이전까지 바티칸 외교가 미국과 유럽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남미 가톨릭 전문가들은 “교황은 쿠바 문제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교 정상화 협상에서 미국은 간첩 혐의로 쿠바에 5년째 갇힌 미국인 앨런 그로스의 석방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쿠바 역시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붙잡힌 쿠바인 3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에게 직접 편지를 썼고, 두 나라에 수감된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과 쿠바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협상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이때 두 나라는 정치범 맞교환을 마무리 짓고 국교 정상화에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매체 USA투데이는 “교황은 오바마와 라울 카스트로의 협상에 직접 관여한 유일한 외국 지도자”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17일 국교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톨릭 교회 역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두 나라 화해를 위한 교황의 노력이 관계 정상화에 큰 자극과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교 정상화 소식에 미국과 쿠바 가톨릭교회는 즉각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태도 변화와 쿠바의 미국인 수감자 석방을 환영한다”면서 “국교 정상화를 통해 두 나라 인권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주교회의는 성명에서 “미국이 쿠바에 대한 모든 제재를 풀고 완전한 외교 관계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환경 문제와 마약 거래, 인신매매 등과 같은 문제에 이제 함께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바 가톨릭 주교회의는 성명에서 “오랜 바람을 현실이 되게 해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한다”면서 “국교 정상화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정치범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결정을 내린 두 나라 결정에 감사한다고 한 쿠바 주교회의는 “국교 정상화가 쿠바 국민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번영을 가져다주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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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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