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혁명죄로 13년 수감 생활에도 꿋꿋이 신앙 지켜, 시복 추진
반혁명죄로 체포돼 13년간 감옥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불굴의 신앙을 지킨 베트남 출신의 응우옌 반 투안 추기경(1928~2002, 사진)이 가경자로 선포돼 머지않아 복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그의 영웅적 성덕을 인정하는 교령에 서명하고 가경자로 선포했다.
반 투안 추기경은 감옥에서 나무 십자가에 성경 구절을 새겨 재소자들에게 신앙교육을 하고, 어렵게 구한 포도주 몇 방울을 손에 받치고 홀로 미사를 봉헌했다. 또 하느님 신비를 잊지 않기 위해 나무와 전깃줄로 만든 십자가를 걸고 수감 생활을 하는 등 극한 상황에서 보여준 영웅적 성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옥살이 13년 중 9년을 독방에서 지냈다.
그는 1975년 사이공 함락 후 바로 체포됐다. 외삼촌이 남베트남 초대 대통령을 지내는 등 반혁명 집안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1988년 석방된 후 해외에 나갔다가 베트남 정부가 ‘기피 인물’로 낙인찍는 바람에 영영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성덕을 익히 잘 알고 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그를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으로 발탁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그를 “고독한 밤에도 결코 지지 않는 위대한 희망의 증인”(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그의 삶과 옥중 기도는 「희망의 길」(가톨릭출판사),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가톨릭출판사), 「희망의 기적」(바오로딸) 등에 잘 담겨 있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