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교황청/해외교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교황, ‘원폭 피해 소년’ 연하카드로 새해 인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사진 골라 카드 제작 의뢰… “핵 전쟁 위험성 경고” 의미

“전쟁은 상습적이고 부조리한 자만심의 증거” 지적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미국의 원자폭탄이 떨어진 1945년 일본 나가사키. 맨발의 소년이 공동묘지 비석 옆에서 입술을 꽉 깨문 채 ‘차렷’ 자세로 서 있다. 등에 업은 동생은 축 늘어져 있다. 곯아떨어진 게 아니라 원폭에 숨진 동생이다.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미 해병대 소속 조셉 로저 오도넬이 촬영한 이 사진은 「일본 1945년: 그라운드 제로에서 온 해병대 사진사」라는 책자에 수록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사진으로 새해 연하카드<사진>를 만들었다. 뒷면 중앙에 ‘전쟁의 결과’라는 제목을 달고, 그 아래에 서명했다. 그리고 하단 사진 설명에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가 흐르는 입술을 깨무는 표정에서만 드러날 뿐”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이 이 사진을 직접 골라 카드 제작을 의뢰했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교황이 성화나 가톨릭적 이미지가 아니라 비참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신년카드를 만든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인류를 파괴하는 전쟁, 특히 한반도에 드리운 핵 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지구촌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을 ‘파편처럼 산발적으로 전개되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불러왔다. 또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한 상태로 몰아넣는지 경고해왔다. 교황과 교황청은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이 합의한 핵무기 금지에 관한 새로운 조약에 가장 먼저 서명한 나라가 바티칸 시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위협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대응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주님 성탄 대축일에 로마와 전 세계에 띄운 성탄 축복 메시지 ‘우르비 엣 오르비’에서 “오늘날 세상 곳곳에서 전쟁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대립이 해소되고, 전 세계의 안전을 위해 상호 신뢰가 증진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12월 31일 송년 저녁기도 시간에도 “우리 인간이 하느님께서 주신 2017년을 죽음과 거짓, 불의로 낭비하고 상처를 냈다”고 통탄했다. “전쟁이 바로 그런 상습적이고, 부조리한 자만심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또 형제들과 피조물들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권력 야욕과 자국 이익에 혈안이 돼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충고로 해석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1-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3

시편 37장 5절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 몸소 해 주시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