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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과오에 용서 구한다” 칠레 주교단 총사퇴

사제 추행 은폐와 미온적 대처 책임 지고 일괄 사퇴서 제출, 사상 초유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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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의 페르난도 R. 페레즈(왼쪽) 보좌주교 등이 14일 바티칸에 도착해 교황과 긴급회의를 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칠레 주교단은 교황과 3일간 회의를 한 뒤 일괄 사임서를 제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칠레의 주교 34명이 사제 성추행 은폐와 미온적 대처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임서를 일괄 제출했다.

한 국가의 주교단이 추문에 휘말려 총사퇴를 결의한 것은 가톨릭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칠레 주교들은 바티칸에서 교황과 사흘간 긴급회의를 한 직후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교회의 대변인은 “우리가 저지른 심각한 과오로 인해 피해자들과 교황, 칠레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 데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우리 직분을 교황 손에 맡긴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황이 사임서를 일괄 수리할지, 아니면 선별 수리할지는 22일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바티칸 안팎에서는 교황이 문서 파기와 조작을 포함해 이번 성추행 파문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주교들을 사임시키는 선에서 논란을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교단 총사퇴는 칠레 교회와 사회를 뒤흔든 성직자 성범죄 사건, 이른바 ‘카라디마 사건’에서 비롯됐다. 1980~90년대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는 자신과 가깝던 후안 바로스 신부가 1984년 산티아고 대교구장 비서로 임명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스 비서 신부는 카라디마 신부의 성범죄 고발 서한을 중간에서 파기하는 등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사실을 모른 채 3년 전 바로스 신부를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칠레 사목 방문 중에 적지 않은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교황은 당시 바로스 주교의 은폐 의혹을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한 뒤 진상 조사단을 칠레에 급파했다.

하지만 교황은 2300쪽에 달하는 조사 보고서를 검토하고 나서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부족해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이후 피해자 3명을 바티칸으로 초대해 용서를 구하고, 칠레 주교단을 긴급 소집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들은 4월 27일 교황을 비공개로 만난 뒤 “교황은 아버지처럼 존중과 애정으로 우리 얘기를 들어줬고, 우리와 함께 울었다”고 전했다.

교황은 2년 전 발표한 자의교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에서 “주교들이 직무 수행에서 미성년자와 취약한 성인의 성추행과 관련해 태만한 경우” 해임의 ‘중대 사유’가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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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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