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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이 교황에게 선물한 희귀본 「어느 시골…」은 어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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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주 베르나노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자리에서 책 한 권을 선물했다.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1936년에 발표한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희귀 판본이다. 초판 혹은 재판본으로 추정된다.



교황 권고 쓸 때 참고한 작품

이 소설은 교황이 2013년 즉위 첫해에 직무 수행의 청사진을 제시한 권고 「복음의 기쁨」을 쓸 때 참고한 작품이다. 복음 선포자들이 빠지기 쉬운 권태와 슬픔을 경계하면서 “이러한 슬픔은 악마의 가장 귀중한 영약(靈藥)인 양 마음을 사로잡는다”(83항)고 말했다. 그리고 이 구절을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에서 끌어왔다고 밝혔다.

이 인용구는 소설의 1인칭 화자인 ‘애처롭도록 유약해’ 보이는 젊은 신부가 일기장에 독백처럼 써내려간 글이다.

“… 그것(감미롭게 다가오는 슬픔)은 마귀가 만들어 내는 묘약, 진미 중에서도 가장 영묘한 것이다. 왜냐하면 고뇌란…”(민음사, 157쪽)

교황이 유행시킨 신선한 표현, ‘양 냄새 나는 목자’의 이미지도 소설에서 토르 시 본당의 노(老) 사제가 주인공에게 해주는 충고 속에서 어렴풋이 떠오른다. 노 사제는 고상한 척, 많이 아는 척하지 말고 신자들 삶으로 들어가 봉사하라는 당부를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내 아기 예수는 음악이니 문학이니에 큰 관심을 가지기에는 너무 어리시지 않은가. 키우는 소에게 신선한 짚단 여물을 갖다 주고 나귀 털을 빗겨 주는 대신, 눈알이나 뒤룩거리는 걸로 만족하려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아마 얼굴을 찡그리기까지 하실 거야.”(29쪽)

베들레헴 마구간 아기 예수 곁에 있는 가축들(하느님 백성)을 먹이고 씻기는 목자가 되라는 당부였다.

이 소설은 20세기 프랑스 소설의 걸작으로 꼽힌다. 배경은 1930년대 프랑스 북부의 궁벽한 촌락에 있는 앙브리쿠르성당이다. 시골 신부는 마을의 첫인상을 “탈진한 가여운 한 마리 짐승마냥 물기 어린 풀숲에 그냥 누워 있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 마을은 권태와 타성에 젖어 탈그리스도교 과정에 접어든 20세 초반의 서구 풍경을 대변한다.

주인공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나약하다. 인간 군상 속에서 늘 슬픔과 고뇌에 휩싸인다. 사목 계획은 번번이 실패한다. 그럼에도 ‘회칠한 무덤’ 같은 신앙 행태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시골 신부의 영적 순수성, 작가가 진정 드러내고 싶어하는 ‘어린이 정신’은 독자들로 하여금 신앙과 구원을 성찰케 한다. 특히 “아무려면 어떤가? 모든 것이 은총이니”와 “나는 나 자신과, 이 가련한 껍질과 화해했다”는 마지막 고백이 독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베르나노스는 쥐꼬리만한 고료를 받아 6남매를 비롯한 가족을 부양한 가난한 가장이었다. 글을 써서 생계를 잇는 위태로움을 ‘골고타의 정신적 모험’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출장길 기차와 역전 카페 같은 곳에서 글을 쓰다 첫 소설 「사탄의 태양 아래」(1926년)가 성공을 거두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말년에는 사회 참여적 글도 많이 쏟아냈다.



작품, 신학적 이야기로 확장 가능

세속을 사는 평신도임에도 신앙의 본질과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작가의 통찰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신학자가 이 책을 손에 쥐면 여러 개의 신학적 주제를 끄집어내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다.

작가는 여러 작품 중에서 이 소설을 대표작으로 생각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면서 편지에 “나는 이 책을 사랑합니다. 마치 내 작품이 아닌 것처럼”이라고 썼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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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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