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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에 의한 첫 순교자 풀리시 신부

범죄조직 장악한 마을에 ‘희망의 나무’ 심다 선종, 15일 25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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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이 올해 초 발행한 피노 풀리시 신부 순교 25주년 기념 우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빈민가에서 사목하던 주세페 피노 풀리시 신부는 마피아 조직원이 불쑥 나타나 총을 겨누자 이렇게 말하고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1993년 9월 15일 아침, 그 날은 그의 56번째 생일이었다.

풀리시 신부는 범죄조직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열혈 전사는 아니었다. 팔레르모의 가난한 마을 브란카치오(Brancaccio), 해변에 유리조각과 콘돔, 주사기가 널려 있는 그 마을에 ‘희망의 나무’를 심던 평범한 목자였다.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미혼모, 마피아에게 가족을 잃은 여인들은 그곳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풀리시 신부는 아이들을 불러모아 아름다운 꿈을 심어줬다. 마피아에 짓눌려 있는 마을에서 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도 가르쳐줬다. 그는 “만일 지옥에 태어났다면, 지옥이 아닌 것의 한 조각을 봐야 해. 그래야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지”라고 말했다. 거창하게 사회복지사업을 벌인 것도 아니다. 그저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함께 웃고 울면서 복음에 깃든 사랑과 희망을 속삭였다.

그의 꿈은 학교를 짓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학교는 어둠을 몰아낼 ‘작은 빛’이었다. 하지만 마피아의 방해와 관공서의 비협조 때문에 건축은 번번이 무산됐다. 그 무렵 시칠리아에서 검사와 판사가 마피아 조직원들에게 살해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그들의 악행을 비난했다. 그러자 시칠리아의 마피아는 어둠을 몰아낼 빛을 밝혀가던 풀리시 신부를 희생 제물로 삼아 사제관 앞에서 살해했다. 그가 세우고자 했던 학교는 사후 7년 뒤인 2000년에 문을 열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2012년 그를 마피아에게 희생된 첫 순교자로 선포하고, 이듬해 시복식을 거행했다. 평소 그를 영웅적 모범을 보인 목자라고 칭송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선종 25주기이자 생일인 15일 시칠리아로 날아가 ‘양 냄새 나는 목자’의 거룩한 희생을 기렸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알레산드로 다베니아의 소설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도서출판 소스의 책)의 한국어판도 올해 초 발간됐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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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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