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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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성 추문, 은폐말고 공개적으로 대처하라

교황,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발표… 세계 모든 교구 내년 6월까지 신고 사무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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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8월 아일랜드 더블린 사목방문 중 성당에서 홀로 성 학대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 발표한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는 성 추문 대처와 재발 방지 노력에 관한 새로운 규범이다. 새 규범은 6월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교회에서 효력이 발생한다.

이 교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신고 의무화’다. 교회 구성원에 의한 성 학대 행위는 물론 책임자들의 사건 은폐와 미온적 대처도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교구장 주교나 수도회 장상이 공동체 보호라는 미명하에 신고자(피해자)에게 ‘조용한 해결’이나 ‘침묵’을 종용하는 것도 규범에 어긋난다.

교황은 일부 성직자들이 교회의 얼굴에 먹칠을 한 성 추문에 대해 “주교, 수도원장, 사제 등 교회 당국이 이러한 혐오스러운 범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해서 대중의 분노를 키웠고, (그런 잘못이) 가톨릭 공동체의 고통과 수치의 원흉으로 남았다”(2018년 8월 아일랜드 사목방문 연설)고 개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황은 명예 실추가 두려워 추문을 은폐하려 들지 말고 수모를 당하더라도 ‘공개적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최근까지 여러 나라 사법 당국이 발표한 교회 내 미성년자 성 학대 조사 보고서에 열거된 사건들은 대부분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300여 명의 성직자가 1000명 이상의 아동을 성 학대’했다는 201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대배심의 충격적인 조사 결과만 하더라도 지난 70년 동안 일어난 사건을 합산한 것이다. 칠레, 멕시코, 아일랜드, 호주 교회를 충격에 빠뜨린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황이 ‘도덕적 재앙’이라고 비판한 과거의 사건들은 지금도 교회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하느님 백성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줬다. 외부적으로는 도덕적 권위의 추락이라는 상처를 입었다. 미국 갤럽이 지난 3월 미국 가톨릭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7%가 성직자들의 성범죄에 실망해 교회를 떠날 것인가 고민해 본 적이 있다는 결과가 이러한 후유증을 대변한다. 교황은 “(성 추문으로 인한 상처는) 열려 있는 상처이며, 우리로 하여금 결정적이고 확고하게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도록 부추긴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그동안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각국 주교회의 의장 등과 함께 사태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무엇보다 사태의 밑바탕에 권력화된 성직자 중심주의가 있다는 진단과 아울러 교회가 피해자들의 절규에 적절히 응답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쏟아냈다. 교황은 2016년 12월 전 세계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피해자의 고통에 함께한다. 저질러진 일에 대한 죄, 도움을 주지 않은 죄, 기만하고 부인한 죄, 권력을 남용한 죄에 대해 통곡한다”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교황은 한편으로 미성년자 성추행에 대한 불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거듭 천명해왔다. 지난해 아동 성추행 사실이 드러난 미국 워싱턴 명예대주교 시어도어 맥캐릭 추기경의 추기경직 사임을 수락하면서 “기도와 속죄의 생활”을 명령한 것이 대표적 조치다.

교황은 지난 2월 각국 주교회의 의장 주교들과 함께한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회의 연설에서 성직자들에게 ‘참된 정화’를 주문했다. 대책과 예방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화라는 것이었다. 또 최근 프랑스 젊은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통스럽고 복잡하게 얽힌 성 학대 문제로 인해 현재 상황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교회의 다른 시대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며 위기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 교회의 모든 교구도 교서 지침에 따라 내년 6월까지 “신고장의 접수를 처리할 안정적이고 접근이 쉬운 공적 시스템(신고 사무처)을 하나 또는 그 이상”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교황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피해자에게 사건이 진지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공적 시스템을 주문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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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5-1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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