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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38) 아마존 시노드에서 다루어질 기혼 사제 논쟁 /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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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명백한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을 뿐인데 의외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는 10월 열릴 아마존 지역 주교시노드를 위해 최근 발표된 의안집도 그런 경우다. 이 문서는 기혼 남성 서품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확인하고 있다.

아마존 주교시노드가 선포되었을 때부터, 공동체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검증된 기혼 남성을 뜻하는 ‘비리 프로바티’(viri probati) 문제가 대두되리라는 것은 이미 명백했다. 수십 년 동안 아마존 지역 주교들과 교회 사람들은 이들의 서품 가능성을 고려해 달라는 목소리를 점점 더 시급하게 내 왔으며, 이 문제를 다시 꺼내지 않고 시노드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로마가 기혼 사제 문제를 오랫동안 억눌러온 것을 감안하면, 교황청의 공식 의제에서 이 주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10월에 있을 논의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세 가지 본질적인 것이 있다.

첫째, 이 논의는 가톨릭교회에 기혼 사제가 있을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가톨릭교회에는 이미 기혼 사제가 있다. 그것도 많이 있다. 로마와 친교를 이루는 23개 동방 교회들에는 기혼 사제들이 있으며, 미국에는 예전에 성공회, 감리교, 루터교 신자로서 혼인했다가 가톨릭 사제로 넘어오면서 혼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허락받은 이들이 수백 명 있다.

그러므로 문제는 기혼 사제를 두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기혼 사제를 지금보다 더 둘 것인가의 문제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라틴 예법 가톨릭교회의 대다수 사제들을 위한 독신제를 없앨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전혀 아니다.

둘째, 이 논의는 미국이나 서구 유럽에서 벌어지는 기혼 사제에 관한 논쟁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념 논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사제 부족을 불평하지만 통계로 보면 미국은 다른 서구 유럽에 비해 사제가 넉넉한 편이다. 미국은 사제 한 명당 세례 받은 신자 수가 1300명꼴인데 비해, 라틴아메리카는 7000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5300명, 카리브해 지역은 8300명에 이른다.

아마존 지역 국가를 포함한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보면, 어떤 교구는 그 비율이 사제 한 명당 신자 1만6000명에서 1만7000명까지 치솟는다. 뱃길로만 갈 수 있거나 말을 타고 가파른 산악을 올라야만 들어갈 수 있는 아마존의 고립된 수많은 촌락 공동체들에서는 사제를 몇 주에 한 번씩, 심하게는 6개월에 한 번씩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기적인 성사 생활은 불가능하다. 미사와 고해성사 등 대부분 지역에서 가톨릭 신자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이 극히 드물고, 공동체들은 그 빈자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거의 일종의 지리적 파문 상태와도 같다. 이 지역 주교들에게 ‘비리 프로바티’ 사안은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며, 단지 신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성사를 베풀 수 있기를 바라는 지극히 실질적인 문제이다.

셋째, 올 가을의 논의는 그야말로 논의일 뿐이다. ‘비리 프로바티’가 다수의 찬성을 받으리라는 것이 기정 결론은 아니다. 비록 주교시노드는 조언할 뿐이고 결정은 교황에게 달려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명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나는 20년 이상 주교시노드를 지켜봐 왔지만 솔직히 ‘비리 프로바티’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적은 그다지 없었다. 예전에는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 언제나 말은 돌았다.

예컨대, 2005년 성찬례에 관한 주교시노드에서 온두라스의 코마야과교구의 로베르토 카밀레리 아조파르도 주교는 자기 교구에는 사제 한 명당 신자 수가 1만6000명에 이른다고 보고했고, 몇몇 주교들은 교회가 ‘비리 프로바티’의 서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제 독신제의 영적 사목적 가치 수호에 단호했던 주로 북반구 출신의 주교들은 그러한 노력을 기각했고, 결국 그 주교시노드는 독신제를 재확인했을 뿐이다. 이번 주교시노드에는 북반구 주교들이 많지 않을 것이지만 그런 의견들은 여전히 들려올 것이다.

오늘날 가톨릭교회의 전 세계적 역학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매우 국한된 지역에 대해서만 ‘비리 프로바티’를 허용한다고 해도 그것은 선례를 남기게 되고, 머잖아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허용을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10월 6-27일 주교시노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짐작만 할 뿐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교황청이 기혼 사제 문제를 의제에 올려놓음으로써 훨씬 더 많은 이들의 이목이 교황청에 쏠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
※존 알렌 주니어는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존 알렌 주니어 편집장은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그는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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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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