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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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에 노출된 아이들·원폭 피해자들의 눈물 거두다

프란치스코 교황 태국·일본 사목방문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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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9~26일 아시아 사목방문에 나서며 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두 나라 모두 가톨릭 신자가 전 국민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두 나라 가톨릭교회로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더욱 각별했다. 게다가 태국은 35년 만에, 일본은 38년 만에 이뤄지는 두 번째 교황 사목 방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4년 태국, 이에 앞서 1981년 일본을 방문한 바 있다. 30여 년 만에 평화의 순례자로 두 나라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따라갔다.



종교 간 대화 강조한 태국 사목방문

○…20일 태국 방콕에 도착한 교황은 다음날 태국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다양한 민족이 각자의 문화 전통을 유지하는 태국의 평화로운 공존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주민을 환대하는 태국 공동체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태국에서 ‘종교 간 대화와 화합’을 강조한 교황은 불교 사원에서 태국 불교 최고 지도자인 솜뎃 프라 아리야웡사카타얀 9세 승왕을 만나 환담했다. 교황은 “종교가 형제애의 수호자이자 희망의 등불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면서 가난한 이들을 돕고 공동의 집(지구)을 살리는 데 두 종교가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또 22일 개신교, 불교, 이슬람교, 시크교 등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경제 세계화, 이주, 난민, 기근, 전쟁 등에 시달리는 현대 사회일수록 종교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태국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와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종교인들이 앞장설 것을 요청했다.



○…어딜 가든 가장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을 찾는 교황은 1898년 가톨릭교회가 설립한 세인트루이스 병원을 방문했다. 교황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장애인들을 비공개로 만나 위로를 전했다. 의료진들과 만난 자리에선 “여러분은 의술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와 다름없다”며 “노인과 젊은이, 가장 힘없는 이들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21일 국립경기장과 22일 성모승천대성당에서 미사를 주례하며 신자들과 만났다. 특히 22일 미사는 젊은이들을 위한 시간이었다. 교황은 국립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여 명의 신자들에게 “선교하는 제자가 돼야 한다”면서 350년 전 시암지목구로 시작한 태국 가톨릭교회의 뿌리를 일깨웠다. 이어 “소외된 이웃들을 주님의 식탁으로 초대하자”고 당부하며 “성매매와 인신매매에 노출된 어린이들과 여성들, 집과 가족을 빼앗긴 이민자들, 마약의 노예가 된 청년들, 고아와 버림받은 이들, 노숙자들은 모두 우리 가족의 일부”라고 말했다.



○…한편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는 20일 태국 교황대사관에서 교황을 알현하고 미얀마 꽃동네 머릿돌 축복을 받았다. 꽃동네 부총원장 신상현 수사, 상임이사 윤숙자 수녀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교황은 가난의 영성을 실천하는 꽃동네 공동체에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비핵화 메시지 전한 일본 사목방문

○…교황의 일본 사목방문 메시지는 ‘비핵화와 평화’였다. 23일 도쿄에서 주교단과 만난 교황은 24일 1945년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로 이동한 뒤 25일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일정을 소화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한 교황은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들러 원폭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서 평화의 촛불을 밝힌 교황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며 “핵무기와 대량 살상무기 보유는 평화와 안보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피폭 희생자에게 당시 참상을 전해 들은 교황은 “이곳에서 너무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이 침묵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며 함께 슬퍼했다.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에는 원폭 투하 당시 사망한 동생을 업고 있는 소년의 사진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2017년 이 사진으로 연하장을 만들어 원자폭탄의 끔찍한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교황의 나가사키 방문 일정에는 한국 원폭 피해자 1세대인 김태훈(바실리오, 부산 사직본당)씨를 비롯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 팍스크리스티 한국지부와 한국 원폭 피해자협회, 시민 단체 등과 일본을 방문했다. 한일 원폭피해자들과 팍스크리스티 한일지부 회원들은 25일 나가사키 우라카미주교좌성당에서 기도회를 열고 아픔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다. ‘핵과 전쟁 없는 세상’을 주제로 열린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은 원폭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고 떼제 기도를 바쳤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 징용 피해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팍스크리스티 한국지부 이성훈(안셀모) 대표는 “교회가 피폭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황은 나가사키 니시자카 순교성지를 방문했다. 니시자카 순교성지는 1597년 외국인 선교사와 일본인 신자 26명이 순교한 곳으로 교황은 이들이 십자가에 못 박혔던 언덕에서 잠시 멈춰 기도했다. 오늘날 신앙 때문에 박해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요청하며 “세계 모든 곳에서 모든 이들에게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내 야구장에서 3만 50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모진 박해 속에서 220년 넘게 사제 없이 신앙을 이어온 일본 신앙 선조들의 믿음을 상기시켰다.



○…도쿄에서 25~26일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 교황은 끝까지 비핵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5만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한 도쿄돔 미사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와 나루히토 일왕을 만난 자리에서도 핵무기 없는 세상을 강조했다. 특별히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삼대 재난을 겪은 이들을 만나 안아주며 위로를 건넸다. 원전 사용과 관련해서는 “용기 있는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원전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나가사키(일본)=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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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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