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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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앙 씨앗 찾아간 한국 주교들… 복음 전하고 협력 다지다

프란치스코 교황 일본 사목방문, 한국 주교들의 활동과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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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요비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일 기간 중 동경한인본당을 방문해 한인 신자들과 마당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경한인본당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3~26일 나흘간 일본을 사목방문한 시기에 한국 주교단도 일본 현지에서 뜻깊은 행보를 이어갔다. 교황 방일을 맞아 한국 주교들이 일본 내 한인 신자, 그리고 일본 대학생들을 만난 것이다.



“주교님, 안녕하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본 사목방문 마지막 날이던 11월 26일 오전. 일본 교회 신자들만큼이나 교황 방일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동경한인본당(주임 이창준 신부) 신자들은 이날 성당에서 뜻깊은 미사를 봉헌했다. 구요비(서울대교구 해외선교담당) 주교가 본당을 사목 방문한 것이다. 전날 교황 주례 도쿄돔 미사 참여차 한국 주교단과 일본을 찾은 구 주교가 타지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 신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자리를 메운 신자들은 구 주교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하며 기쁨을 나눴다.

일본 내에서도 유일한 한인 본당인 동경한인본당은 도쿄대교구 성모 마리아 주교좌 대성당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오고 있다. 교적 신자 수가 1200여 명에 이르고, 청소년과 청년 신자도 6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해 일본 신자들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매 주일 정오 교중미사 때면 일본 교회의 중심인 이곳 주교좌 성당에는 한국어 성가가 울려 퍼지고, 400석 회중석이 꽉 찬다. 우리로 치면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외국인 신자들이 터전을 잡고 활발한 신앙생활을 해오고 있는 셈이다. 한인본당 신자들은 교황의 도쿄돔 미사 때에도 성가대원 40여 명이 한국어로 성가를 노래하는 등 일본 속 한인 신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임 이창준 신부는 “타지에서 교황님을 뵙는 것은 더욱 반갑고 감사한 일”이라며 “일본 교회가 앞으로 교황님 방문의 의미를 어떻게 사회에 전달하는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현동 아빠스가 와세다대학교를 방문해 일본 학생들에게 특강 후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에게 한국 천주교 역사 알려

같은 날인 11월 26일. 도쿄 와세다대학에서는 특별한 강의가 열렸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가 ‘한국 천주교와 역사, 그리고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주제로 일본 학생들에게 일일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은 한일 관계 분야 전문가 나가사와 유코(제르투르다, 도쿄대 한국학연구센터) 교수가 교황 방일을 계기로 아빠스에게 제안해 열렸다. 박 아빠스는 지난해에도 도쿄대에서 같은 주제로 150분 특강을 한 바 있다.

박 아빠스는 100년 넘는 세월 동안 덕원, 만주 연길을 거쳐 한국전쟁 후 왜관에 정착해 신앙의 열매를 맺고 있는 한국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역사를 전했다. 박 아빠스는 영상과 사진 자료를 활용해 90분간 강연했다. 특히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한국 왜관수도원을 통해 조선 시대 갑옷과 「겸재 정선 화첩」 등 많은 한국 문화재를 반환해준 사실도 전했다. 한국 사회에 미친 수도원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엔 학생들도 관심 갖고 경청했다.

강의 후 학생들은 “수도자들이 문화재 반환을 위해 노력한 사실이 매우 놀랍다”, “과거 모진 박해에도 오늘날 한국 교회가 영향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등 질문을 쏟아냈다.


▲ 쿄돔 미사 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 주교단이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며 형제애를 재확인하고 있다. 박현동 아빠스 제공


아쉬움도 컸던 교황 방일 뒷이야기

신자 수 약 40만 명에 불과한 일본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방문으로 복음화의 열정을 북돋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 교회는 오랫동안 염원해온 교황 방문으로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가치를 일본 사회에 전하는 성과도 이뤘다.

일본 교회 신자들은 그간 경제 발전과 안보를 내세우며 줄곧 원전 재가동과 군비 증강에 매달려온 일본 정부와 ‘외로운 싸움’을 하는 중에 교황이 전하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 원폭과 원전 사고 피해자들을 직접 안아준 교황을 보며 일본 국민들도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교황의 일본 사목방문 100시간은 다소 ‘외로운 행보’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견해를 따르는 대부분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연일 이어지는 교황 행보보다 아베 총리의 지소미아 관련 발언을 머리기사로 다루기 바빴다. 이 때문에 일본 국민들은 교황 소식을 풍부히 접하기 어려웠다. 2014년 교황의 한국 사목방문 때 언론사들이 연일 교황 소식을 생중계 보도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이번 교황 방일 행사는 도쿄의 한 홍보대행사가 맡아 주관했다. 일본 교회 구성원이 워낙 적어 자체적으로 소화하기엔 어려움이 컸던 것이다. 교회적인 행사를 일반 이벤트 업체가 맡아 하다 보니 미흡함도 여럿 있었다.

특히 일본 신자와 비신자 5만여 명이 참여한 도쿄돔 미사에서는 대부분 신자가 미사 중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1층에 착석한 이들은 성체를 모셨지만, 현장에 있었던 기자를 포함해 2~4층에 있었던 신자 대부분이 성체 성가가 울려 퍼지는 내내 사제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고, 결국 사제를 만날 수 없었다. 교황 주례 미사에서 성체를 영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미사 후 모두 퇴장하는 도쿄돔 밖에 일렬로 줄지어 선 사제들이 그제야 성체를 분배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전례 안에서 행해져야 할 영성체를 파견 뒤에야 부랴부랴 모시는 경험하기 힘든 상황을 겪었다. 도쿄돔에 비신자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그 탓에 많은 신자가 사전 신청에서 탈락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쿄돔에서 만난 사쿠라 이즈미(마리아 데레사)씨는 “여러 나라 사람들로 구성된 일본 가톨릭교회가 교황님 미사 안에서 하나 된 것 모습을 보며, 일본 교회가 더 많은 이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하는 사명이 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 도쿄돔 미사 중 성체를 모시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도쿄돔 밖에서 일렬로 성합을 들고 있는 사제들 모습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본 사목방문 기간에 염수정 추기경과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 12명이 참여해 함께했다. 이웃 국가 참석 주교단 가운데 가장 많았다. 미사 후에는 한일 주교단이 함께 만찬을 하고,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더욱 협력키로 했다. 한일 교회 간 굳건한 관계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인류 평화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신 교황님의 행보는 작은 교회인 일본에도 분명히 큰 울림을 선사했을 것”이라며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이 내년 25주년을 맞는 가운데, 양국 주교단과 평신도는 사목적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발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쿄)=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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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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